대형마트 양강체계 가시화…이마트 '질주', 롯데마트 '숨고르기'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와 맞물려 매장 축소를 본격화하자, 기존의 대형마트 3강 체계가 양강체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실적 상승이 두드러졌고, 롯데마트는 잠시 숨고르기에 나서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 4조6258억원, 영업이익 13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3.1% 증가한 수치다. 반면,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매출 1조3235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73.4% 줄었다.
이마트는 실적 증대 요인으로 창고형 할인마트 '트레이더스'를 지목했다. 트레이더스 영업이익은 42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9% 증가했다. 지난 2월 서울 마곡에 전국 트레이더스 중 최대 규모의 신규 점포를 개장했으며, 하반기에도 인천 구월동에 추가 점포를 열 계획이다. 최근 3년 동안 신규 점포는 9개에 달하며 전체 24호점까지 늘어났다.
트레이더스 외에 식료품 상시 저가를 내세운 푸드마켓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 수성구에 첫 번째 푸드마켓을 개점했고, 올해 4월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푸드마켓 고덕점을 열었다. 이러한 차별화 매장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홈플러스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1분기 실적이 하락했지만 반등을 위한 재조정 과정이라는 중론이다.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권 특성에 따라 점포 운영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즉석조리식품을 내세운 매장부터 벌크형 매장까지 다양한 형태를 도입 중이며, 대형마트보다 출점이 유연한 SSM의 특징을 토대로 가맹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롯데슈퍼 강동둔촌점을 오픈해 신규 상권 공략에 힘을 싣는다. 이곳은 지난해 말 재건축을 마친 둔촌주공아파트 약 1만2032가구의 입주가 시작됐다. 올해 1월에는 서울 강동구 천호역 인근에 롯데마트 천호점을 개장했다. 2019년 8월 롯데몰 수지점 이후 6년 만의 신규 출점이다. 상반기 중 구리점도 다시 문을 연다. 2021년 3월 폐점한 그 자리에 재입점하는 것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2020년부터 수익성 중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작업이 진행했다. 2019년 125개에 이르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0개점까지 줄었지만, 점포 폐점이 다시 신규 출점으로 바뀌며 홈플러스 이탈에 기민히 대응하는 중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경영 정상화 일환으로 일부 점포의 계약 해지를 진행하고 있다.
전체 임차 점포 126개 가운데 61개가 임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임대료 조정 협상이 결렬된 17개 점포에 최근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61개 임대 점포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거나 기업회생 신청 이전에 폐점이 확정된 7개 점포를 제외한 수치다.
한편, 위치기반 분석업체 '로플랫'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형마트 폐점이 발생한 지역에서 다수 고객이 코스트코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국내 코스트코 매장이 19개에 불과함에도 코스트코의 혜택을 누리고자 먼 거리를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향후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홈플러스 반사이익 경쟁도 이러한 점이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양강구도는 홈플러스 고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입시키느냐가 관건"이라며 "양사 모두 프로모션을 진행했음에도 올해 1분기 실적은 이마트가 더 많은 객단가를 확보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롯데마트가 SSM을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하려면 홈플러스의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흡수하는 등 전환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SSM 주도권 확보 여부가 롯데쇼핑의 반등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