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본사 이전 공약…HMM 민영화 궤도 흔들까

정부 입김 반영 시 경영효율 위한 민영화 장기화 우려 본사 이전 자체도 '글쎄'…"고객들 다 서울에 있는데"

2025-05-16     안광석 기자
부산항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사진제공=HMM)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민영화 작업에 몰두 중인 해운기업 HMM을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정부 주도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HMM은 정부 보유 지분율이 80%라고 해도 코스피에 상장된 민간기업이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해운업 위기 당시 빌렸던 영구채를 털어내 불확실성을 없애고,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 정치권 개입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 현재 서울 여의도에 있는 HMM 본사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관련 내용이 담긴 협약서에 사인했다.

이 후보는 "HMM이 민간 회사이지만, 정부가 출자했기에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은 모두 동의했고, HMM 노동조합으로부터 부산 이전에 동의한다는 약속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HMM 당사자를 포함해 해운업계 및 경영 전문가들은 해당 공약이 민영화 추진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았기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정부가 지분을 출자했다고 본사 이전을 감행하겠다는 발언은 대권을 잡으면 HMM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고 정부 입김대로 조정하겠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현재 HMM은 KDB산업은행이 36.0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6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과 수출입은행 지분까지 합하면 정부 측 지분은 80%에 달해, 이 후보 공언대로 본사 이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4일 부산 서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단순 본사 이전에만 그치면 다행이지만, 처음부터 정부의 입김이 반영되면 현재 진행 중인 민영화 작업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해운업의 경우, 국제유가 등 외부 변수에 지극히 민감한 업종이다. 불황 사이클을 대비해 평소 다양한 선종 확보 및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연합, 신규 항로 개척을 위한 영업활동 등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필수다.

이 때문에 역대 HMM 사장과 해운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유일 국적선사인 HMM을 전문성 있고, 규모가 큰 민간기업에 경영을 맡겨야 한다"라고 주장해 왔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임기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HMM 경영 효율 제고 및 산은 재정건전성 유지 차원에서 HMM 주식 매각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산은과 비슷한 규모의 HMM 지분을 보유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해운업 지원과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유지'라는 명분으로 완전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어 구체적 매각 절차나 일정은 정해지지 못한 상태다.

해진공은 과거 하림이 HMM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도 사내유보금 쓰임새 문제로 결국 M&A를 무산시킨 바 있다. 해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선이 이 후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HMM 민영화는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민영화뿐만 아니라 HMM 본사 부산 이전 자체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

복수의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론 이 후보 공언대로 부산을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 삼게 되면 미래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고객사인 화주들 사무실이 서울에 몰려 있고, MSC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해운사도 바다가 없는 내륙국(스위스)에 있는데 부산에도 여러 기능이 있는 HMM이 굳이 본사를 옮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현재 HMM 본사가 있는 여의도는 화주들 뿐만 아니라, 선박 운영에 꼭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금융기관도 몰려 있다. 같은 업종인 팬오션이나 고려해운의 본사도 현재 서울에 위치해 있다.

또한 HMM 직원의 과반수가 가족과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과 노조가 모두 동의했다는 것과, 그게 맞다고 해도 그 짧은 시간에 컨센서스를 얻어냈다는 것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한편에서 나온다.

전자금융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지난 2024년 말 기준으로 1890명의 임직원이 재직 중이다. 이 가운데 육상직은 1063명, 해상직은 827명이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육상노조는 900여 명, 한국노총 산하 해운연합노조는 700여 명에 이른다.

육상노조원 대부분은 본사가 여의도에 있는 만큼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 중이고, 해운연합노조원은 대부분이 선원으로 구성된 만큼, 부산항 인근 거주자가 많다.

한편, HMM의 양대 노조는 이 후보의 부산 유세 직후 "본사 이전 관련해서는 사전에 어떤 것도 전달받은 바 없고,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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