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故 오요안나 '괴롭힘' 있었지만…MBC근로자 아냐"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적용 안돼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고용당국이 작년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괴롭힘으로 볼만한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라고 봤다. 이에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적용되지 않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오요안나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에서 지난 2월 11일부터 5월 16일까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 유무뿐 아니라 문화방송 전반의 조직문화, 인력 운영 상태 등도 포함해 실시했다.
고 오요안나 씨는 지난 2021년 5월 MBC 기상캐스터로 입사했으나 지난해 9월 사망했으며, 이후 3개월이 지나 부고 소식이 알려졌다. 당시 유족은 유서를 공개하며 고인이 동료 기상캐스터에게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고인은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조언을 받아왔으나, 단순히 지도·조언의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해당 행위가 고인의 실수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으나 고인이 기상캐스터를 시작한 지 불과 1~3년 이내의 사회 초년생인 점,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수 차례 이어져 온 점, 지도·조언에 대해 선·후배 간 느끼는 정서적 간극이 큰 점,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지속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참고인 조사, 고인의 SNS, 노트북 등 포렌식 분석 등을 토대로 기상캐스터의 업무처리 실태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같은법 제76조의 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고용부는 ▲MBC와 계약된 업무(뉴스 프로그램 출연) 외에는 문화방송 소속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행정·당직·행사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자유롭게 타 방송 출연이나 개인 영리활동을 해 왔고 그 수입이 전액 기상캐스터에게 귀속되는 점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점 ▲취업 규칙이나 복무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점 ▲별도로 정해진 휴가 절차가 없고 기상캐스터 간 상호 조율을 통해 업무 대체 후 휴가를 실시하고 ▲방송 출연 의상비를 기상캐스터가 직접 코디를 두고 지불한 점 등의 사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 지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상캐스터가 포함돼 있는 보도·시사교양국 내의 프리랜서 35명에 대한 근로자성을 추가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5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주로 FD, AD, 취재PD, 편집PD로 프리랜서 신분으로 문화방송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으나 실제 인력 운영 과정에서 메인 PD로부터 구체적·지속적으로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며, 정규직 등 근로자들과 함께 상시·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므로 독립된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판단했다.
고용부는 이들에 대해 업무처리 실태에 맞게 현재의 근로조건보다 저하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시정지시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방송지원직·계약직 등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등 총 1억8400만원(691명)의 체불임금을 포함해 6건의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즉시 범죄인지(4건) 및 과태료(2건, 1540만원) 부과 조치했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그간의 지속적인 방송사에 대한 지도·감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고 인력 운영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향후 주요 방송사에 대해서도 적극 지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