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이 후폭풍으로…HD현대·한화오션 임단협 전망 '흐림'

노사 상견례 마치고 다음 주부터 본격 협상 노조, 호황 바탕 기본급 인상에 정년연장까지 요구

2025-05-25     안광석 기자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 (사진제공=HD현대)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조선·방산·해양플랜트 모든 분야에서 소위 '잘 나가는' 조선업종이 2분기 노사 임금·단체협상이라는 암초를 만난다. 임단협에서는 호실적이 회사 측을 압박하는 노동조합의 무기로 활용되는 데다, 올해는 기업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정년 연장까지 노조 요구사항에 포함돼 있다.

조선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HD현대 노사에 이어, 21일 한화오션 노사도 상견례를 실시하면서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임단협에 돌입한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6월 중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자협의회(사무노조)와 상견례를 실시할 전망이다.

우선 HD현대 노조는 올해 요구안으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정년 연장(임금피크제 폐지) ▲성과금 산출 기준 변경 ▲신규 채용 ▲근속 수당 1년에 1만원 ▲휴양시설 확대 특별 예산 50억원 출연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담았다.

한화오션 노조도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복지포인트 100만원 및 하계 휴가비 120만원 지급 ▲사내 복지기금 50억원 출연 ▲신규채용(내국인) ▲조건 없는 정년 연장 등 HD현대 노조와 비슷한 조건을 요구할 계획이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올해 노조가 상기 요구안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대표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 1분기 영업이익은 4337억원으로 전년보다 1936.2% 급증했다. 한화오션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88% 늘어난 2586억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공장 가동률도 모두 100%를 훌쩍 넘고, 수주실적도 좋아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놓은 상태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24년 임단협에서 24차례의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호황에 따라 일감이 넘치면서 인력이 아쉬웠던 사측은 결국 임금 인상 등 대부분의 조건을 수용했다. 한화오션 노사는 지난해 무난한 임단협 합의를 이루기는 했으나, 올해 요구안 강도는 더 세졌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오션)

양사 노조 모두 지난해보다 기본급 2만원 이상 인상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고령화와 국민연금 재정 고갈 추세에 맞춰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올해는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조선업이 불황이었던 만큼, 그동안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충분했지만 올해는 투자 확대 외 내세울 이유가 없다. 심지어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단계적 정년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워 노조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중재안이 있기는 해도 구체적 실행방안은 아직 사회적 논의가 끝나지 않은 데다, 연금문제와 맞물리기 때문에 노조가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는 '슈퍼사이클'에 대비해 투자를 늘리려는 만큼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정년연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오죽했으면 한화오션 모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단위 유상증자까지 실시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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