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쌓인 SK이노베이션…세심한 리밸런싱 전략 '어디로'

정유·석유화학·배터리 부진 및 작년 리밸런싱 효과 반감 '장고'에 빠진 박상규 사장…그룹 차원 전략 재수립 필요

2025-05-22     안광석 기자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SK 사옥. (사진제공=SK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총체적 난국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배터리 등 주력 사업은 구조적 불황 및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반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자회사 상장도 여의치 않고,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효과도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박상규 사장은 임원 연봉 반납 및 조기 출근 등 비상경영에 준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어서 주목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이렇다 할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부변수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자체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지속성 유지를 위해 박 사장이 내놓은 구상은 근무 방식 혁신과 비용 최소화다.

앞서 박 사장은 지난 7일 사내 메일을 통해 "비우호적 경영 환경 속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 사들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일하는 방식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불요불급한 비용 최소화 등 일상의 노력이 모일 때 큰 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만이다. 당시 박 사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답을 찾아보겠다고 했는데 한 달여가 지났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와중에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2일 장중 한 때 8만1500원을 찍으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박 사장 발언을 바탕으로 ▲박 사장 포함 전 임원 연봉 최대 30% 반납 ▲전 임원 7시 조기 출근 ▲전 임원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등의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임원들 근무태도가 해이해졌다는 게 현재 위기를 초래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비상상황 부각 효과 등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부 변수로 내부 혁신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실행해 온 비효율 사업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이는 효율화 전략을 더 선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지난 2024년부터 대대적인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황 교수가 지적한 비효율성의 단적인 예로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 21조1466억원으로 10분기 만에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 2024년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SK E&S 합병 기자간담회를 주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재로서는 리밸런싱 선명화가 SK이노베이션의 유일한 위기 타개책인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 자회사 SK온 부진에도 재무구조가 견실한 알짜 자회사 SK E&S 합병을 강행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이 탄생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당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높은 부채 부담과 배터리 부문 부진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Ba1)'으로 강등했다.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도 주주가치 희석을 이유로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적자를 내면서 SK E&S 합병 의미가 퇴색됐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차입금도 부담이다. SK온은 지난해 SK엔텀 및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재무구조가 견실한 자회사들과 합병했음에도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상장(IPO)을 통한 자금조달을 생각할 수 있으나, 배터리 불황에 시달리는 SK온은 당장 해당 작업이 불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자회사 SK엔무브도 SK루브리컨츠 시절을 포함해 네 번째 IPO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목적이 불분명하고,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중복상장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에 퇴짜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추후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배터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정 시도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말소가 우려된다. 윤활유 부문(SK엔무브) 및 석유개발 부문(SK어스온) 등이 영업이익 흑자를 내면서 분투 중이기는 하지만, SK이노베이션 내 사업 비중은 제한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일부 계열사(SK온)에서만 시행하는 희망퇴직 확대 등 극약처방을 피할 수 없다"며 "리밸런싱으로 방향을 잡되, 그룹 차원에서 좀 더 세밀한 전략 수립이 시급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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