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 벅찬데…자동차 업계, 강성노조 리스크 '확산'

한국지엠 노조, 28일 상견례 전 역대급 임협 요구안 확정 현대차 노조도 정년연장 및 통상임금 확대 추가 요구 유력

2025-05-26     안광석 기자
울산항에서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차량들이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미국발 관세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 피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노동조합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4년 자동차 회사 수출 실적이 양호했던 만큼 기본급 인상은 물론 역대급 성과급 및 격려금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오는 28일 올해 업계에서 제일 먼저 노사 상견례를 실시하고, 6월부터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한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5%(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인당 4136만원의 총 2조원 규모 성과급 지급 ▲인당 2250만원에 해당하는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지급을 확정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4조3771억원, 영업이익 1조3567억원, 당기순이익 2조20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7%, 0.5%, 47.3% 늘어난 수치다.

임단협 직전인 만큼 사측 입장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임협 요구안만 해도 부담스럽다.

한국지엠은 고질적 신차 부재 및 국내 마케팅 소홀로 지난 수십년간 한국 시장 철수설에 시달려 왔다. 더욱이 이달부터는 지난 4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25% 관세조치에 따른 수출실적이 반영된다. 비록 작년 실적은 나쁘지 않다 해도, 미국 수출 의존도 90%에 가까운 한국지엠이 오른 인건비를 중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한국지엠 노조 요구사안은 단순 보수 확대로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시장 반응이 좋아 올해 부평공장 생산 물량이 기존 20만대에서 24만대로 늘었지만, 노조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 한 관계자는 "최근 물량 배정 증가는 일시적 조치일뿐 관세 피해 등의 우려를 완전 불식할 정도는 아니다"며 "그동안 노조는 회사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과도한 요구를 자제해 왔는데, 추후 비전이 불투명하면 그동안의 노력은 무의미한 희생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 노조는 임협 요구안과 별도로 사측에 ▲신차 개발 및 전동화 전략 수립 ▲판로 다변화 등 수출 전략 재수립 ▲노동조합원 고용안정 협약 ▲설비 투자 확대 등을 별도로 요구 중이다.

한국지엠 부평사옥 정문. (사진제공=한국지엠)

현대차 노조는 한 술 더 뜰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28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과 성과급 확대는 물론, 지난해 임단협 합의안에 포함되지 못한 정년 연장에 국내 투자 확대 등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및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 노조는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 중인 정년 연장(60→65세)과 각종 조건부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 투자방침을 밝힌 데 따른 국내 공동화 현상 상세 대응책도 요구할 방침이다.

정리하면 올해 현대차 노조 요구안은 ▲기본급 및 성과금 인상 ▲별도 격려금 지급 ▲각종 수당 통상임금 포함 ▲정년 60세에서 64세 연장 ▲국내 투자 확대 등이다. 기아 노조도 이같은 현대차 노조 기조를 따라갈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차나 한국지엠 모두 당면과제인 미국발 관세 문제만 해도 벅차 이같은 요구들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수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50개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지속하면 올해 수출액이 작년보다 4.9%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별 감소율은 전기·전자(8.3%↓), 자동차·부품(7.9%↓), 석유화학·석유제품(7.2%↓), 일반기계(6.4%↓), 반도체(3.6%↓), 철강(2.8%↓)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정책 지속 시 국내 수출 기업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6%, 6.3%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은 잠잠하기는 해도 현대차·기아 노조는 애초 강성 성향이고, 한국지엠 노조는 노조원 모두 당장 내년도 기약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통상 자동차 업계 임단협이 현대차 노사 협상 추이를 따라가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자동차 임단협은 '하투'에 그칠 게 아니라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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