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불똥 튄 자동차금융…카드·캐피탈사, '캡티브 전략' 승부수
DSR 규제 피해간 카드사 경쟁력↑…금리 인하·소비 진작 관건 현대캐피탈, 현대차 고객 공략 집중…車 생애주기별 혜택 제공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금리 인하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로 자동차 구매 시장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카드사는 지난해부터 다시 자동차 시장에서 몸집을 불릴 준비를 하고, 캐피탈사는 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각 업권은 특정 고객군을 위한 맞춤형 혜택을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들의 자동차 신용카드 할부 취급액은 전년 대비 55.5% 급증한 5조4485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1분기 들어 삼성카드의 할부금융 취급액은 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역시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고가 증가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판매 늘었다"…카드·캐피탈사, 자동차 할부 '예의주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고금리로 할부금융이 축소된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있지만, 신차 구매 수요가 활기를 띄고 있어 카드사의 자동차금융 시장 공략이 다시 시작됐다는 관측이 있다.
올해 4월 기준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GM·한국사업장·KG모빌리티·르노코리아)가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한 차는 총 68만8788대로 집계됐다. 내수 시장만 놓고 보면 총 12만8639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
자동차금융 시장 내 금리 경쟁력도 카드사의 시장 공략에는 호재다. 올해 기준 카드사의 신차 카드 할부금리는 최저 3%~4%대로 책정돼 있다. 반면 경쟁업권인 캐피탈사는 최저 4%~5%대로 금리가 더 높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 도입을 예고한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도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희비가 엇갈린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카드로 할부 결제하면 DSR에 잡히지 않지만 캐피탈을 이용한 자동차 할부는 규제 한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자동차금융 시장 공략에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다. 조달금리 환경을 고려했을 때 자산 증식을 위한 신사업 추진은 부담이라는 평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 시장에서는 경쟁사와 금리 경쟁을 해야 할텐데, 저금리 시기 조달 금액 차환 문제까지 고려하면 아직은 조달금리 환경이 우호적인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내수 회복과 이에 따른 자동차 구매 수요 증가가 기대감을 넘어 확실시돼야 카드사의 자동차 시장 진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캐피탈업계는 카드사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드사는 할부 중심, 캐피탈사는 리스 중심으로 어느 정도 시장 내 업종이 분리돼 있지만, 금리 경쟁력을 갖춘 카드사와의 경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해 말 제13회 여신금융포럼에서는 자동차금융 시장 경쟁 과열로 인한 캐피탈업계의 성장성·수익성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업권내 경쟁 심화와 부동산 PF 정리 여파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속에서 캐피탈업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한 보험업과 렌탈업 등 부수 업종 규제 완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캐피탈사 밥그릇 싸움…특정 고객 '타깃' 전략 차별화
이와 같은 시장 경쟁 속에서 자동차금융 비중이 80%에 이르는 현대캐피탈은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먼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서 현대차 고객에 대한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카드사만큼의 금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 모빌리티 할부'와 '기아 M할부'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구매 혜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탈 때(월 납입금 할인)와 팔 때(중고차 가격 보장 시스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는 카드사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에 카드사도 수입차 시장 또는 법인 차량 할부 등 특정 고객군을 노리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 환경 개선과 내수 소비 진작이 이뤄진다면 자동차금융 시장 확장이 시작될 것"이라며 "카드사 내부에서 운영하는 CA(자동차 영업사원)를 통해서 고객과 접점을 늘려가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