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본사는 반드시 부산으로"…HMM 혼란, 당분간 불가피
HMM 과반수 노조 반대성명…李, 협상결렬 시 강행돌파 시사 임직원들 과반수 서울·수도권 거주…숙원인 민영화도 차질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HMM이 당분간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HMM 본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임직원 과반수가 서울 및 수도권에서 가족과 거주 중인 만큼 HMM은 내심 곤란한 상황이다. HMM 최대 과제인 민영화도 정부 경영 개입 고착화로 늦어질 수 있다.
5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HMM 육상노조는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이 대통령이 HMM 본사 부산 이전 계획을 중단하길 촉구했다.
육상노조 측은 "대주주가 정부기관이라는 이유로 민간 기업을 강제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권에 삶의 터전을 잡은 임직원과 그 가족 공동체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고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라며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정치 폭력을 당장 중단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육상노조 측은 또 "이 대통령 주장대로 북극항로 개척 측면에서의 이전이라면 반드시 부산에 있어야만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협업 조직을 부산에 구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고객사들의 위치와 우수 인력 유치, 인천공항과의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부산으로의 이전은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HMM은 산은이 36.02%의 지분으로 대주주 지위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6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과 수출입은행 지분까지 합하면 정부 측 지분이 80%에 달한다. 산은은 강석훈 회장 임기가 6일 만료되면서 당장은 본사 이전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 강력하게 부산을 밀고 있어, 시기만 안 정해졌을 뿐 본사 이전은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보수정권 '텃밭'인 부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중 처음으로 40%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기에 공약을 이행 안 하기도 애매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1일 부산을 방문해 "빠른 시간 내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동남투자은행을 설립하겠다"며 "대통령실에 북극항로 해양전문비서관을 두고 직접 챙기고, 노동자들을 설득해 동의를 얻겠다. 끝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하겠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해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약이 구체적이지는 않았던 만큼 이 정부의 추후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고객사인 화주들 사무실이 여의도에 몰려 있고, MSC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해운사도 바다가 없는 내륙국(스위스)에 있는데 부산에도 항만 등 여러 기능이 있는 HMM이 굳이 본사를 옮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자금융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지난 2024년 말 기준으로 1890명의 임직원이 재직 중이다. 이 가운데 육상직은 1063명, 해상직은 827명이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육상노조는 900여 명, 한국노총 산하 해운연합노조는 700여 명에 이른다.
해운연합노조원은 대부분이 선원으로 구성된 만큼, 부산항 인근 거주자가 많아 본사 이전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4일 노조 지적대로 과반수를 차지하는 육상노조원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기에 가족과 떨어져야 할뿐더러, 운임시황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 막대한 이전 및 주거 비용을 감내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HMM 양대 노조는 지난 5월 중순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부산 이전을 언급한 직후 "사전에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HMM의 숙원인 민영화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역대 HMM 사장과 해운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유일 국적선사인 HMM을 전문성 있고, 규모가 큰 민간기업에 경영을 맡겨야 한다"라고 주장해 왔다. 해운업의 경우, 불황 사이클을 대비해 평소 다양한 선종 확보 및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연합, 신규 항로 개척을 위한 영업활동 등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추후 구체적인 민영화 관련 대책 마련 여부와 관계 없이 후보 시절부터 HMM의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공기업 프레임을 씌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강 산은 회장은 HMM 경영 효율 제고 및 산은 재정건전성 유지 차원에서 HMM 보유주식 매각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HMM의 또 다른 핵심 주주인 해진공은 '해운업 지원과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유지'라는 명분으로 완전 민영화를 반대해 답보상태를 유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