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역대급 채권 발행…"기본자본 규제 도입 적기 못 찾나"

1분기 자본성증권 발행 7조↑전망…동양·한화·신한 대규모 발행 기본자본 아닌 보완자본 확충부터…킥스 방어·배당 확보 총공세 당국, 기본자본 킥스 도입…"밸류업·건전성 이해상충 고려해야"

2025-06-06     손일영 기자
한화생명·동양생명·신한라이프 사옥 전경. (사진제공= 각 사)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금리 인하기에 부채 부담이 커진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규제 도입 기조 속에서도 자본성증권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전성 지표 방어에 부담을 느끼는 보험사들이 급한 불부터 끄는 모습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4조725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인 8조6550억원에 일찌감치 근접한 금액이다. 2분기 들어서 신한라이프와 동양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이 추가 발행을 결정하며 총 발행 규모는 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각각 최대 10억달러(1조36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외화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신한라이프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감행했다. 애초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방침을 세웠지만, 수요 예측에서 목표액 대비 4배 많은 1조214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하면서 발행 규모를 늘렸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이번 발행액 5000억원 중 3000억원은 오는 8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에 이용될 예정"이라며 "나머지 금액은 자본 확충과 자산운용 확대를 위한 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기 경고등 켜진 킥스…'질' 보단 '양적' 자본확충

3개사가 자본 확충에 힘을 쏟는 이유는 건전성 지표 방어다. 현재 금융당국은 지급여력(킥스) 비율 100% 이하 보험사를 적격 시정조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3분기 중에는 기본자본 규제 도입과 함께 권고 수치를 130%로 하향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의 킥스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89.3%로 전 분기 말(205.7%) 대비 16.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경우 9.6%포인트 떨어진 154.1%를 기록했다. 이는 당국의 권고치를 겨우 넘긴 수치다.

동양생명의 경우 1분기 킥스 비율이 127.2%를 기록해 당국의 권고치를 밑돌아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올해 3분기 중 해외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앞두면서 자금 조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분기 킥스 비율이 하락한 요인은 금리 인하인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3%대에서 2.5%까지 낮췄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보험사 부채의 증가 폭은 자산 증가 폭보다 커져 자본이 감소한다. 가용할 수 있는 자본이 줄어들면 건전성 지표인 킥스 비율의 악화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 (사진=손일영 기자)

◆배당 확보 '키' 쥔 킥스 비율…"한화생명·신한라이프 사활 건다"

건전성을 넘어 기업 밸류업 기조 속 배당 여력 확보에도 킥스 관리는 필수적이다.

금융당국은 킥스 비율의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사에 한해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조정해 줬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계약 해지 시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분담해 놓은 금액을 말한다.

올해 기준 킥스 비율 190% 이상인 보험사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80%만 적립하면 된다.

한화생명은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올해에는 배당을 어떻게든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결산 기준 준비금 적립으로 배당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한라이프 역시 신한금융지주의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배당 여력을 확보하는 추세다. 지난해 킥스 비율 200%대를 달성하며 그룹 배당에 기여한 것을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기본자본 규제 도입…"업계 현황 면밀히 반영해야"

다만 현재 보험사의 자본 확충 시도는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관리 강화 기조와 맞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킥스 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에 대한 비율로 적용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용자본에 대한 건전성 평가를 기본자본 중심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경우 보험사는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가 대부분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해 회계상 건전성 악화를 겪게 된다.

하지만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마땅한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적 경제 상황 속 순이익을 많이 기록할 수 있는 영업 환경이 아닐뿐더러, 배당을 축소해 이익잉여금을 쌓거나 유상증자하는 방법은 보험산업 가치 제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 도입 유예와 권고 기준 하향이라는 대안을 들고나왔다. 제도 도입의 연착륙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보험사 자본 규제 도입 전 경제적 여건을 면밀히 고려해 명확한 방향성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 자본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배당 확보 등 보험산업의 밸류업 기조와 계약자 보호를 위한 건전성 강화 방안은 상충할 수밖에 없다"며 "두 가지 방안을 동시에 실행하기보단 경제적·재무적 상황에 맞게 일원화된 방향성을 갖고 규제의 세부 지침을 확립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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