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400조 돌파…투자형 대세·연금 수령 과반
실적배당형 53% 급증…지난해 수익률 4.77%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상 처음으로 430조원을 넘어섰다.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액이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하며 '저축'보다 '투자'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연금 수령 금액 비율도 처음 과반을 넘어섰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보다 49조3000억원(12.9%) 증가한 43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13%대 증가율을 이어가며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214조6000억원, 확정기여형·기업형IRP(DC)이 118조4000억원, 개인형IRP가 98조7000억원 순이었다. DC와 IRP의 비중은 각각 27.4%, 22.9%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운용 방법별로는 원리금보장형(대기성자금 포함) 상품이 356조5000억원(82.6%)으로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적배당형 상품은 75.2조원(17.4%)으로 1년 전보다 53.3% 증가했다. 실적배당형 운용은 DC와 IRP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주된 투자 대상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미국 주식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였다.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4.77%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 연환산 수익률(2.86%)과 10년 연환산 수익률(2.31%)을 웃도는 수준이다. 운용 방법별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이 3.67%, 실적배당형이 9.96%였다. 제도별로는 DB 4.04%, DC 5.18%, IRP 5.86% 순으로, 운용 주체가 개인이고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제도일수록 수익률이 높았다.
권역별로 보면 DC와 IRP 기준 은행과 보험 권역에서는 대부분(은행 84.7%, 보험 77.6%)이 연 4% 이하 수익률 구간에 머문 반면, 증권 권역은 수익률 분포가 고르게 나타났고, 연간 수익률이 10%를 초과한 비율이 31.7%에 달했다.
퇴직연금 수령 방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을 개시한 57만3000개 계좌 중 연금형 수령 비율은 13.0%(7만4000좌)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총 수령액 19조2000억원 중 10조9000억원(57.0%)이 연금 수령으로,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계좌당 연금 수령액은 1억4694만원, 일시금 수령액은 1654만원으로, 적립금이 적을수록 일시금 수령 비중이 높았다.
가입자별 수익률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가입자의 수익률 중간값은 3.2%로 평균 수익률(4.77%)보다 낮았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2~4% 구간에 몰려 있으며, DB 가입자(사업장 기준)는 85.3%, DC와 IRP는 각각 67.2%, 53.7%가 이 구간에 해당했다.
IRP 가입자 100명을 기준으로 수익률 상위 1% 가입자는 33.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위 90% 가입자의 수익률은 0.8%에 그쳤다. 연금 수익률이 6.3%인 가입자는 상위 20%에 해당했다. 수익률 상위 10% 가입자는 평균 대비 3배 이상 높은 실적배당형 비중을 보였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의 IRP 상위 가입자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각각 84%, 92%에 달했다.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가입자들의 안정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가입자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사전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퇴직연금 적립금을 다른 사업자로 옮길 수 있도록 한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약 3조8000억원, 6만5000건이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이전됐다. 정부는 핀테크 기업과 연계해 로보어드바이저(RA) 기반의 IRP 투자일임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