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내주 임단협 '시동'…7년 연속 '무파업 전통' 이어갈까

정년 연장, 요구안 중 핵심 쟁점 부상 그룹사·제조업 전반에 미칠 영향 촉각

2025-06-11     정현준 기자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다음 주 상견례를 열고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본격 돌입한다. 특히 올해는 노조가 사상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포함한 요구안을 예고하면서, 6년 연속 이어온 무파업 타결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오는 1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을 진행한다. 노사는 지난해에는 5월 23일 상견례를 가진 뒤 12차례 교섭을 거쳐 7월 8일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협상안은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8.9% 찬성으로 최종 가결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 승급분 제외), 전년 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상여금 900% 지급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호봉 승급분 포함), 상여금 75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통상임금에 각종 수당 포함 ▲직군·직무별 수당 인상 및 신설 ▲신규 인력 충원 ▲퇴직자 지원센터 설립 등의 요구도 함께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이 같은 노조의 요구는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현대차는 연결 기준 매출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은 14조23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9% 감소하며 영업이익률은 8.1%를 기록했다.

노조 요구안 가운데 핵심 쟁점은 정년 연장이다.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점인 만 64세까지 늘리자는 것이다. 노조 측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사업장 차원에서 정년 연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측과의 협의를 통해 점진적인 확대를 모색하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오는 7월 대의원 회의를 열고 임금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성과급과 상여금 등은 현대차와 유사하게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해 왔다. 일각에서는 올해 임단협이 예년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도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할 정도로, 여름휴가 전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올해 협상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관세 장벽 이슈로 인해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국내 공장과의 형평성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며 "노조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국내에도 동일한 혜택과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지역별 생산량 조절이 협상에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미국 관세정책으로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서 무작정 노조 요구를 수용하긴 힘들다"면서도 "노사 협상 과정이 복잡하더라도 올해도 6년간 이어진 무분규 타결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박상만 금속노조 부위원장 및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는 그룹 계열사와 국내 제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를 시작으로 현대모비스, 기아,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 그룹 계열사들이 순차적으로 임단협 타결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기아는 두 차례 잠정 합의안 도출 끝에 지난해 10월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고,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위아는 올해 1월 타결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파업과 직장폐쇄 등 노사 간의 강 대 강 대치를 거쳐 지난 4월 7개월 만에 임단협을 최종 마무리했다. 

아울러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가 수용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물론 철강·조선 등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계는 고령화 및 국민연금 수령 시점 현실화를 이유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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