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생보사 출범 앞두고 노사 갈등 고조…성대규式 통합 우려 증폭
수차례 교섭 결렬에 노동위 조정 신청…고용보장 논의 시점 두고 입장차 통합 총괄 맡은 성대규 대표 내정자, 과거 인사 갈등 사례에 긴장감 커져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고용안정 관련 협의는 지연된 채 외형 통합에만 집중하는 모양새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 노동조합은 우리금융지주 및 대주주인 다자그룹과 총 7차례에 걸친 교섭이 결렬되자,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파업 돌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ABL생명 노조와의 협상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대화은 나중에" vs "고용안정 없는 인수 폭력"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이후 ▲전산 시스템 통합 ▲브랜드 개발 ▲조직문화 재편 등 PMI(Post-Merger Integration)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오는 7월 1일 양사 편입 확정 이후부터 본격적인 노조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두 생보사를 동시에 인수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전산 통합이나 신규 브랜드(CI) 구축 등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리금융은 먼저 시스템 안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최근 임직원 서한을 통해 "인수는 아직 조건부 승인 단계이며, 향후 합병 실무 체계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고용 안정 없는 인수는 폭력"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 노조는 인수 전 고용안정 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금융 측은 한 달째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선미 동양생명 노조지부장은 "SPA(주식매매계약) 상 ‘3년 고용 보장’ 조항이 있다고는 하나, 문서 확인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말로만 하는 고용 보장을 신뢰하긴 어렵다"며 "과거에도 협약을 맺고도 2년도 안 돼 희망퇴직을 단행한 사례가 많다"고 비판했다.
◆"성대규式 합병의 데자뷰?"…구조조정 우려 증폭
이번 통합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 내정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성 내정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주도한 인물로, 이번에도 조직 재편의 키를 쥐고 있다. 그러나 신한 통합 당시 인사정책과 임금협상 등에서 노사 간 충돌이 발생하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신한생명에서는 약 170명, 오렌지라이프에서는 약 80명 등 총 250명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찍어내기식 퇴직’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 같은 전례 탓에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노동조합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 최선미 지부장은 "업무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중복 인력 취급을 받고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기존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이 확정되는 다음 달부터는 노조와의 대화를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