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ETF 시장 200조 시대…점유율 아닌 수익률로 승부하라

2025-06-13     박성민 기자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KODEX, TIGER, ACE, RISE, SOL, PLUS…"

언뜻 보면 유명 커피 브랜드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사용하는 영어 닉네임 같지만,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할 법 하다.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간판으로 내건 브랜드 명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상장된 전체 ETF의 순자산총액은 200조원을 넘어섰다. 신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과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덕이다. 스스로를 '휴먼 개미'로 지칭한 이재명 대통령마저 구매한 ETF는 이제 국내 투자자들 사이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002년 삼성자산운용이 'KODEX 200'을 처음 선보인 이후 꾸준히 늘어난 ETF 개수는 현재 1000개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 사이 사실상 삼성운용이 독점했던 운용 시장 구도는 신흥 강자들의 부상으로 치열한 경쟁 체제로 재편됐다. 

언론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운용업계 키워드는 '점유율'이다. 현재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자산운용(38.7%)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3.5%)이 업계 톱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위권 운용사로 분류되는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8.0%)과 4위 KB자산운용(7.8%)도 '넘버3' 타이틀을 두고 각축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밖에 5위 신한자산운용(3.6%), 6위 한화자산운용(2.4%), 7위 키움투자자산운용(2.1%) 등도 근소한 차이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점유율 순위가 바뀌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이 단순한 '파이 싸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점유율이 올라가는 건 실질적으로 투자자에게 도움이 된다기보다 운용사의 자존심 싸움밖에 더 되냐는 것이다. 

여기에 당장 눈앞에 성적에만 매몰된 영업 행태도 고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시장에서 수익률이 좋은 타 운용사 테마의 상품과 유사하게 상장시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업계 최초로 내놓은 '금현물 ETF'의 수익률이 높게 형성되자, 타 운용사들도 이달 중 금현물 ETF를 내놓을 예정이다. 새로운 섹터로 떠오른 '양자컴퓨팅 ETF'나 '휴머노이드로봇 ETF' 역시 같은 이유에서 '베끼기 상품'이라는 논란이 적지 않다. 

자극적인 상품에 편중된 구조도 문제다. 운용사들은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나 하락장에 배팅하는 인버스 등 고객 입장에서 손실 위험이 큰 상품을 주력으로 내놓고 있다. 

아울러 존재감이 미미한 '좀비 ETF'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상장 이후 순자산 유입이 거의 없지만, 투자자들의 원성에 눈치를 보며 쉽사리 상품을 정리하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한 상태다. 

ETF는 일반 펀드에 비해 비용 효율성이 높고 매매가 편리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운용사들이 고객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남의 고객 뺏어오면 장땡'이라는 마인드는 곤란하다. 해외와 비교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ETF 시장의 건전하고 건강한 경쟁을 위해서는 '수익률'이 곧 경쟁력이 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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