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롯데칠성 "맥아 관세 억울해"…하이트진로는 '불구경'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맥주 주원료인 '맥아' 수입 과정에서 900억원대의 관세를 물지 않기 위해 편법 동원 혐의를 받았던 오비맥주 임직원이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칠성음료도 동일한 재판을 받고 있어 주류업계의 맥아 관세가 적잖은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안광현)는 지난달 20일 오비맥주 직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A씨는 오비맥주에서 구매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맥주 주원료인 맥아는 약 90% 수준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주류업체들은 관세청에 수입량을 사전 신청해 승인받은 쿼터만 30%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할당된 양을 초과하면 부과되는 세율이 최대 269%까지 높아진다. 오비맥주는 수입 맥아의 할당량을 초과하자 다른 수입업체를 통해 맥아를 구입하면서 관세청에 적발됐다.
이번 사건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관세청은 지난해 4월 오비맥주가 수년에 걸쳐 맥아 수입에 편법을 쓴 것으로 판단하고 회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검찰 고발로 이어졌고, 이번 A씨의 구속기소가 이뤄지며 수사 결과 일부가 나온 것이다. 검찰은 A씨 외에도 오비맥주 임원 등이 사건에 관여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맥아 관세 포탈 논란은 오비맥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맥아 수입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를 받아 관세청에 1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롯데칠성은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조세심판을 청구했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오비맥주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심판을 청구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맥아는 수입 물량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다가 2014년부터 쿼터제가 적용됐다. 맥아 쿼터제는 전체 수요의 10% 수준인 국내산 맥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년 맥아 쿼터 물량을 배정하고 있으며, 국내 대형 주류 3사(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가 전량 가까이 소진하고 있다. 쿼터 발행 후 1개월 내 조기 마감되는 일이 빈번하다.
쿼터제가 적용되는 주요 맥아 수입국은 FTA를 체결한 캐나다, 호주, 미국으로 파악된다. 캐나다가 약 2만5000톤(t)으로 물량이 가장 많고, 호주 약 1만2400톤, 미국 약 1만1600톤 수준이다.
업계 한편에서는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이 조세심판을 통해 부당함을 호소하는 논리로 '이중과세'를 지목했다는 전언이다. 법적으로 중간 무역상인 맥아 수입업체들이 이미 관세법상 수입자 역할에 충실했으며,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은 이들에게 맥아를 적법하게 사들였다는 주장이다. 주류업체가 물류 흐름상 맥아의 실사용자라 할지라도, 동일 물품에 '재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부당한 조처라는 반발이다.
이에 검찰은 관세 부과가 수입자 기준이 아닌, 실질 귀속 주체에 부과할 수 있다며 주류업체들의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비맥주의 관세 다툼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적대리인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문제가 단순히 맥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쿼터제를 적용받는 전체 품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 논리보다 쿼터제 확대 당위성이 맞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쿼터제가 초과 수입을 억제해 국내 농가를 보호하자는 취지를 가졌다면 정답은 명료하다"며 "맥아의 이중과세 논리가 정당성을 얻을 경우, 쌀부터 보리, 옥수수, 과일, 유제품, 축산품 등 쿼터제를 적용받는 모든 품목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중과세로 접근하기보다 과거 쌀 쿼터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물량과 관세율에 이의를 제기한 것처럼, 물량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내 3대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제외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구매팀이 해당 이슈로 문제가 될만한 사안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