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왕좌 탈환' 삼성카드 김이태 사장, 딥 체인지 통했다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삼성카드가 10년 만에 순이익에서 부동의 1위 신한카드를 제치고 업계 왕좌를 탈환했다.
그러나 카드사의 대내외적 경영 악화 흐름 속에 안정과 쇄신이라는 엇갈린 방점에서 변화의 길을 걸어가는 삼성카드 김이태 대표의 부담감이 막중한 상황이다.
김 대표가 쓴 왕관의 무게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무겁다. 먼저, 김대환 전 대표가 내실 경영으로 이뤄낸 호실적을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꾸준히 순이익을 늘려가며 신판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는 수익성 창출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단기적인 수익성 창출보다는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닦는 방안을 내놨다. 전임 대표와는 다르게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연초 대표이사 내정자 신분으로도 '딥 체인지(Deep Change)'를 강조하며 고객 규모 확대와 편의성 제고를 위해 플랫폼·데이터 역량의 지속적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디지털 플랫폼 역량 강화를 위해 타 금융사와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시너지 강화를 위한 전략 플랫폼 '모니모'를 활용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모니모-KB매일이자 통장'을 출시하며 20만명이 넘는 고객을 모집했다.
이어 운전자를 겨냥한 'iD 스테이션 카드'와 야구팬들을 공략한 '삼성라이온즈 카드'를 출시하며 고객 맞춤형 카드를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카드는 이와 같은 마케팅 공세로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1위까지 넘보며 신한카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양사 점유율 격차는 1년 전 1.31% 포인트에서 지난달 기준 0.46% 포인트로 축소됐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점유율과 수익성의 동반 상승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원기찬 전 대표 역시 2010년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은행 고객 기반 우위를 깨기 위해 '숫자카드' 마케팅에 집중해 시장 확보 성과를 거뒀으나 영업수익률이 떨어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결국 김이태 대표 임기 중 과제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방안의 실효성 검증이다. 추진하는 전략이 지속적 수익 창출과 상충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객 확보도 중요하지만, 결국 회사는 수익 신장을 기반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모니모 앱의 시장 경쟁력 확보는 필수 검토 사항이다. 모니모는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사용자 기반을 형성했다. 하지만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60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경쟁사로 꼽히는 토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MAU가 2480만명에 달했다.
삼성페이와 시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시장이 빠른 성장으로 삼성카드와 같은 전업 카드사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입도 가시화된 만큼 간편결제 시장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업계 경쟁이 치열할 때 안정적 성과를 낸 컨트롤타워를 교체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전투 양상이 바뀌었다면 상황은 다르다.
현재 카드업계는 경기 둔화와 내수 시장의 한계로 신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경쟁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바뀐 장수' 김이태 대표가 어떤 혁신적인 전략으로 과거와 다른 카드업계 전장에서 삼성카드를 승리로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