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고개 든 한국거래소 '거래시간 연장'…업계는 강력 반발
코스피 불장에 ATS '15%' 룰 위반 소지…운영시간 통일 추진 박근혜 정권 당시 30분 연장 효과 미미…"단타 문화 개선 먼저"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새 정부 출범 후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을 '반나절'로 늘리는 방안이 증권가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업계는 업무 피로도와 효율성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국정기획위원회에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와 동일하게 맞추는 방침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 정규 거래시간인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를 ATS와 동일한 오전 8시~오후 8시까지로 확대하겠단 구상이다.
당국이 거래시간 연장이라는 파격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이 제한선인 15%를 넘어설 조짐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의 6개월 평균 거래량은 한국거래소 거래량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매매가 급증하자 '15% 룰' 제한선에 가까워지면서 그 대안으로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겠단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미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양국 간 '시차' 문제가 사라져 거래소 간 경쟁 체제가 본격화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도 이에 맞서 경쟁력을 갖추겠단 구상이다.
다만 국내 증권업계는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와 비효율성을 문제로 즉각 반발에 나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본부는 금융위를 향해 거래소 거래시간 연장안 폐기를 촉구했다.
금융노조 증권본부는 "금융위는 지난 3월 출범한 ATS와 거래시간을 일치시키기 위해 거래소 거래시간을 오후 8시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었다"며 "그렇다면 거래시간이 다른 지금은 무슨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하지만, 그런 내용이 포함됐다는 보도는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3월 ATS 출범으로 투자자들은 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8시까지 거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넥스트레이드는 종가 산정 기준이 없어 다음날 시가는 여전히 한국거래소의 마감가로 산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노조는 "설령 문제가 있다면 대체거래소 출범시킬 때 보완했어야 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준비 부족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8월 정부는 기존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이던 증권·파생상품시장의 매매거래시간을 뒤로 30분간 더 늘려 현재의 운영시간이 정착됐다.
다만 수치로 볼 때 단순히 거래시간이 늘어났다고 해서 거래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시간 연장 후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모두에서 거래량의 변화는 미미했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지난 3월 넥스트레이드 출범 당시 다음날 아침 시가는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으로 유지돼 회사별로 많으면 열 명쯤만 추가로 야근하면 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금융위의 보고대로라면 종가가 오후 8시에 나오게 돼 종가 산정 이후 시작되는 펀드 등 기준가 산정 및 각종 회계정리 작업이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단순히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닌 짧은 기간 수익을 추구하는 국내 증시의 이른바 '단타' 문화를 바꾸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들어 온 병폐를 개선하기 위한 상법개정을 뒷받침하고, 선진국 증시 대비 높은 단기 투자 비율을 가진 우리 주식투자 문화를 어떻게 개선해 안정적인 장기 투자로 유도할지를 준비하는 것이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