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FC 팔자는 말…쉽게 꺼낸 것 아니다
광주는 지금 호재가 많다.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역사적 전환에 이어, AI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논란 많았던 복합쇼핑몰 유치도 순항 중이고, 스포츠 분야도 분위기가 좋다. 기아 타이거즈는 다시 선전 중이고 시민들의 응원도 뜨겁다.
광주FC도 마찬가지다. 2023년 2부리그에서 승격하자마자 리그 3위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E) 진출권을 따냈고, 첫 출전에서 8강까지 올랐다. 올 시즌 역시 중위권을 지키며 상위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 성과는 단순한 지역 축구팀의 선전이 아니다. 구단 창단부터 십시일반 기부로 함께한 시민들의 승리이자, 국가 정책으로 시작된 ′시민구단′ 모델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희망 뒤엔 오래된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최근 FIFA로부터 징계를 받으면서 드러난 건, 땀 흘려 뛴 선수들과 코치진, 그리고 팬들의 헌신이 구단의 허술한 운영을 떠받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징계의 시작은 아사니 선수 영입 때 발생한 연대기여금 미납 문제였다. 구단은 납부했다고 주장하지만 환율 문제로 실제 납입되지 않았고, 기납부된 금액 420만원이 반환된 외환 계좌를 제때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터졌다. 그것도 언론사의 질의가 들어온 뒤에야 확인됐다. 환율 정산을 제대로 안 한 점, 반환된 금액의 출처조차 확인하지 않고 일반 세입에 포함시킨 점, 담당자가 휴직 중이라며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한 점까지. 이 한 건에서 드러난 관리 부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징계를 알고도 선수 14명을 등록해 23경기에 출전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원칙상 자격 미달 선수로 간주돼 상대 구단의 이의 제기만으로도 몰수패가 가능하다. FIFA 결정문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광주FC에 징계를 내리지 않을 경우 국제대회 출전 자격 박탈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재정 상태도 심각하다. 2023년부터 K리그는 재정 건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강등까지 가능한 징계 조항이 있다. 하지만 광주FC는 이를 어기고 수입을 과대 계상한 예산안을 제출했으며, 작년 당기순손실만 23억원에 달했다. 결국 상벌위원회는 1000만원의 벌금과 1년간 선수 영입금지 집행유예 3년 징계를 내렸다. 구단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같은 위원회에서 이정효 감독의 판정 항의 발언도 징계 대상이 됐다. 다만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제기나 비판이 징계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가치판단의 영역이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어쨌든 이런 분위기의 구단에서 어느 선수가 위축되지 않고 제 실력을 펼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팬이 계속 애정을 갖고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불가능의 반대말′이라고 했던가. 팀 홍보대사이자 열혈 팬인 가수 조빈(노라조)을 필두로, 팬들은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섰고 일주일도 안 돼 5400만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이런 감동적인 행동은 단순한 응급처치가 아니다. 광주FC를 포기할 수 없다는 시민의 선언이자, 함께 살리자는 다짐이다.
문제는 매년 광주시가 의회에 제출하는 100억원 예산을 심의할 때마다 반복된다. 구단 운영에 증액이 필요하다는 질의에 시 관계자는 늘 "재정 여건이 어렵다"고 답한다. 물론 지방 재정이 빠듯한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는 실수의 핑계가 되지는 못한다. 그리고 실수가 계속된다면 그 것은 실력이다.
이제 행동에 나설 때다. 솔직히 말해, 시민구단의 시대는 끝났다. 아쉽지만, 한국의 지자체가 유럽처럼 축구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모두의 예산을 특정 스포츠에 계속 투입하는 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결단해야 한다. 광주FC를 기업에 매각하거나, 지역 기업이 공동 운영하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해 팬들에게 실망 대신 희망을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포츠는 언제나 시민들의 삶을 위로해 온 안식처였다. 지친 일상에서 승리의 감동과 공동체의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 스포츠 구단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걱정거리만 안긴다면,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는 자격과 역량을 갖춘 운영 주체에게 팀을 맡겨야 한다. 광주FC의 팬들이, 시민들이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역구에 홈구장을 둔 시의원이자, 한 명의 팬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널 위해 부른다. 빛고을, 빛고을, 오직 빛고을."
[이명노 광주광역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