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동갑내기' 정몽윤-현대해상…"다가올 100년 준비"
정경선 전무 직속조직 지위 격상…경영승계 구도 확립 총력 도마 위 오른 미래 경영…정 전무 역량 입증·지분 정리 '관건'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정몽윤 회장과 현대해상이 올해로 70번째 생일을 맞았다. 현대해상은 70주년 기념 로고를 공개한 것 외에 별도의 기념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조용한 70주년을 보내고 있다. 묵묵히 인적·사업적 쇄신을 거듭하며 어려운 업황을 극복하려 하는 모습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임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며 기존 '지속가능실'을 '지속가능본부'로 격상했다. 지속가능실은 CSO(최고지속가능책임자)인 정경선 전무의 직속 조직이다. 정 전무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으로, 재작년 12월 현대해상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번 인사 개편으로 현대해상의 의사결정 체계가 정 전무 중심으로 신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지속가능실 임원을 정 전무가 직접 고른 인물들로 교체한데 이어, 조직 격상으로 정 전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경선, 화려한 창업 경험으로 그룹 혁신 앞장…"보험업 역량 입증은 과제"
일단 힘은 실렸다. 다만 차기 수장으로서 정 전무의 보험업 전문성 입증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10여년 전부터 입사해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은 '보험업계 오너 3세'들과는 달리 정 전무의 임원 입사는 갑작스럽고 다소 늦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정체기에 접어든 현대해상에 정 전무와 같은 혁신적인 사업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범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보험을 맡아 주로 기업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성장기와 달리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적 부진을 거듭하며 대대적인 혁신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전무는 입사 전 임팩트(사회적 가치) 투자사 HGI의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벤처투자 부문에서 잔뼈가 굵다. 정 전무가 직접 이끌었던 소셜벤처 육성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는 '성수동의 부흥'을 일으킨 스타트업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로 유명하다.
현대해상은 기업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에 정 전무를 선임해 창업가로서 현장을 누빈 경험과 벤처투자 생태계를 구축한 이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보험산업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안정적 경영 승계 위해 지분 정리 '고심'…자사주 매입 가능성↑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정몽윤 회장의 또 다른 고민 거리는 지분 정리다. 현재 경영권을 승계할 정 전무가 보유한 현대해상 지분은 0.45%에 불과하다. 정 회장의 지분 22%를 증여 받거나, 시장에서 해당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몽윤 회장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22.83%로 외국인 지분(39%)보다 낮아 경영권 방어에 부담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자사주 12.3%를 매입해 활용함으로써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적 관리 들어간 현대해상…정경선 전무, 미래 사업 추진력 '시험대' 올라
한편 현대해상은 올해 1분기 아쉬운 실적 성적표를 받아 철저한 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과 손해율 급증 탓에 당기순이익(2032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57.4% 급락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4대 경영 방침으로 ▲자본 관리 역량 집중 ▲이익 창출력 증대 ▲효율 중심 영업경쟁력 강화 ▲사업과 조직의 지속 가능성 강화를 내세우며 지속 성장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올해 정 전무의 사업 추진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현대해상은 1955년 해상보험 전업회사로 시작해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해외 영업에 도전하는 등 혁신을 거듭했다. 어린이보험과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그룹을 자산 5조원대 '준대기업'으로 키워낸 정몽윤 회장의 행보를 따라 정 전무가 현대해상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몽윤 회장은 올해 '현대해상 연도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올해 창립 7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며 "새로운 100년의 미래를 향해 도약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