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고심하는 경제계…"무분별한 소송 남발 우려 돼"

더불어민주당-경제 6단체 상법개정안 관련 간담회 민주당 "우려하는 문제 드러나면 추가 보완할 것"

2025-06-30     채윤정 기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 상근부회장단 상법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경제계가 이번 주 처리가 예고된 '상법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30일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경제 6단체의 상법 개정안 간담회에서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으로 일어날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법 개정안을 예고한 대로 이번 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향후 운영 과정에서 경제계가 우려하는 문제점이 드러나면 추가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 대상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 의결권 3%로 제한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독립이사 선출 ▲대규모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이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에 따라 폐기되자, 3%룰과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를 새롭게 추가하고 법안을 재발의했다. 이전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 비해 내용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 3%룰에 대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성장의 저해 요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간담회에서 경제단체들은 "(3%룰은) 행동주의 펀드 등 해외 자본에 경영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정안의 핵심인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것에 대해 "무분별한 소송 남발로 기업 투자 활동이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3%룰은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 등에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상법 규정이다. 대주주가 지분 50%를 가지고 있더라도 감사위원 안건에 대해서는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감사위원을 '진짜 감시자'로 만들기 위해 대주주 개입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최대 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 외국계 투기 펀드는 의결권을 무기로 감사위원 선임을 장악할 수 있다"라며 "특히 중견·중소 상장기업은 집중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동주의 펀드 등 투기 자본이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SK-소버린 사태', '삼성전자-엘리엇 사태' 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 충실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주주로 확대된 데 대해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경영 판단 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적극적인 투자 및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존 개정안에서는 '공포 후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뒀지만, 새 개정안에서는 '공포 후 즉시 시행' 부칙이 담긴 것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소송·분쟁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주주 동의 없이 이사회를 통해 대규모 유상증자, 지분 처분, 회사 분할 등을 진행해 왔는데, 앞으로는 주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특히 이사가 주주 이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경우, 배임죄도 적용될 수 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제 6단체 상근부회장단 상법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간담회에서 경제 6단체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소송 남발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지나친 소송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남용 우려가 큰 배임죄 문제, 사법적 판결을 통해 정착돼 온 경영 판단 원칙을 법에 반영하는 문제, 경영권 보장 장치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당정 협의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주권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리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증권사들은 상법 개정 효과로 지주회사 등이 새롭게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시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인 비상장 자회사 가치 및 일반 주주의 의결권 가치가 지주사 가치에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며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가 포함되면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이나 합병 가능성은 낮아지고,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를 통해 성장해 그 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논의의 핵심은 상법 개정안에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와 함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3%룰 적용 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 여부”라며 “두 조항이 최종 개정안에 포함되면 중장기적으로 소액주주 권리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경영권 방어 비용 증가, 경영진 보수적 의사결정 증가라는 부정적 효과도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제공=대한상의)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안 통과가 오히려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유권과 지배권의 괴리가 7배로,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10% 지분을 가지면 70%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고, 20% 지분을 가지면 140% 지배권을 누릴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재벌 체계, 소유권과 지배권의 괴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는 중복 상장·분할 상장을 안 하는 이유가 지주회사가 100% 지분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이번 개정안 중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부분은 환영할 만한 내용"이라며 "주주자본주의에 있어 '주주'가 빠졌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계가 상법 개정안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취약한 경영권을 가지면 행동주의 펀드 등에서 경영권 위협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진(KAL)이 이러한 문제를 겪었다.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적대적 인수 시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얼마나 되겠느냐. 이 부분에서는 기업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재계는 상법 개정안으로 물적 분할과 기업 합병이 어려워지고, 지배구조 개편이 오너를 위해 진행되면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커,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재계는 3%룰과 집중 투표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전 상법 개정안은 전자투표제와 주주 권한 등 내용에 그쳤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로 내용이 강화됐다. 앞으로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3% 룰을 적용하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개별 기업 3%로 제한했지만, 이번에는 오너 일가를 합해 3%로 한정하고 있다. 이 규칙 적용으로 감사위원들이 외부에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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