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회피 꼼수 태광산업…1.5조 신사업 투자계획 발표
자사주로 EB 발행에 주가 급락…투자자 달래기 나서 "자사주 소각 중요하나 지금 그럴 때 아냐"…정부 기조 배치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태광산업은 최근 3186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피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신사업 강화 등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총 1조5000억원의 투자를 선언했다.
EB 발행으로 자본 시장에서 추락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고,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부문 불황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기업 인수와 설립을 위해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태광산업은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 사업 목적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오는 2026년까지 집행할 투자 규모는 현재 보유 중인 투자가용자금을 크게 초과할 것"이라며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올인'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태광산업은 올해와 내년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설정해 놓고 있다. 투자계획이 예정대로 실행되면 올해에만 연말까지 1조원가량을 집행하게 된다. 태광산업은 신규 진입을 모색하고 있는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에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입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금은 지난 5월 말 기준 1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우선 기존 석유화학 및 섬유 부문에도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또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여기에 석유화학 2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시설 철거와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태광산업은 오는 8월 EB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3186억원도 사업구조 재편에 투입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업종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태광산업의 실적 악화도 지속되고 있다. 매출은 2022년 2조6066억원에서 지난 2024년 2조1218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익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지난 6월 27일 E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했으나, 현 정부 기조와 배치되면서 지난달 30일 기준 주가는 전날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현 정부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