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입법 가시화…재계 "파업 공화국 우려, 보완해야"

2025-07-02     채윤정 기자
지난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발의 야5당·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7월 처리가 미뤄졌지만, 하반기 중 처리가 유력하다.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 국정과제 우선순위에 포함된 조항으로, 선거 당시 이 대통령을 지지한 노동계의 '청구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 여당이 국회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입법화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재계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불법 파업을 부추기고 대한민국을 파업 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은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만, 노란봉투법은 좀 더 논의를 거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와 당 정책위 간 이견이 있다”라며 “이견이 해소되면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좀 더 숙의하자고 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역시 "노란봉투법은 반드시 가야 할 길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한 만큼,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기관사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당 법안은 2014년 법원이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4만700원을 담아 보낸 것에 착안해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사용자의 범위 확대 ▲노동쟁의 범위 확대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등이다. 사용자 범위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영향력이 있으면 사용자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합법적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해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의제가 단순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것'에서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권리'로 확장된다. 손해배상 책임 제한에서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책임 비율만 손해를 부담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현행법에서는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조합원들이 청구액을 똑같이 분담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 상근부회장단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달 25일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를 연이어 만났다. 이 자리에서 경제단체들은 노란봉투법 보완을 요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강성노조의 폭력 및 파괴,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마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면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도 "네거티브 규제와 첨단 전략산업 세제 지원 등 경제활력을 높이는 입법 과제를 국회에서 신속히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계는 무엇보다 기업 재산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용자 범위 확대는 기존 법체계와 충돌할 수 있고, 노동조합에만 손해배상 책임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법률과 형평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사갈등 및 현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청업체가 교섭을 요구하고 이 기간에 파업이 벌어진다면 대응 수단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원청이 하청업체의 교섭 요구에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총이 전국 대학교 경영·경제학과 교수 103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 경쟁력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에서 노란봉투법은 두 번째(28.2%)로 지목됐다.

경총은 국내 불법파업 대부분이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에서 비롯되는 만큼 노란봉투법 처리에 앞서 법·제도 개선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불법 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 문제의 절대다수가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라며 "사업장 점거 금지 등 합리적인 노사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법 개선을 먼저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와 달리 기업들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4대 그룹 관계자들은 노란봉투법에 우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했을 때 용인하면서 보상해야 하는 구조로 불법 파업을 남용할 우려와 조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 활동 제약도 예상된다. 노조가 견제 역할을 할 것인지, 방해꾼이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라며 "처리에 앞서 경영자들의 견해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에 부합하는 지, 제약이 될 수 있는지, 글로벌 스케일로 넓혀 이를 들여봐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반면, 노란봉투법은 '밟아야 하는 절차'라는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도 많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정상적으로 가는 절차'다. 재계와 정부도 노동위원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를 더 고민해야 한다. 고령화에 인구도 부족하고 노동력도 부족하다. 노동과 대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노동에 대한 존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라며 "지금까지 기업만을 바라보고 살아왔고, 노동 존중과 노동위원성이 매우 부족하다. 경제 개선과 노동위원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재계에서 크게 우려할 수 있는데, 걱정하는 것처럼 불법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민노총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정된 만큼 장관이 중간에서 역할을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동 3권에 대한 실질적인 보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합법적인 파업 행위에도 기업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남용해 노조와 노동자의 활동을 막아왔다는 게 이런 주장의 배경이다. 또한 법안이 통과되면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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