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오빠의 반격…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콜마비앤에이치 전면 쇄신"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치 대표의 남매 경영권 분쟁이 확전되고 있다. 윤 대표가 오빠인 윤 부회장을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 등 가처분 신청에 나서자, 윤 부회장은 한국콜마그룹의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며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공식화했다.
1일 콜마홀딩스는 입장자료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영역을 전면 재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은 최근 남매 경영권 분쟁과 함께 아버지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과 맞물렸다. 윤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에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날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재편을 알리며 경영권 분쟁에 물러설 뜻이 없음을 간접 표명했다.
콜마홀딩스는 입장자료에서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가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건기식) 등 3대 사업 분야로 지속 성장해온 한국콜마그룹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그동안의 실적을 세세히 언급했다.
콜마홀딩스 측은 "콜마비앤에이치는 수년간 실적 부진과 미래 전략 부재로 그룹 내 본연의 역할을 상실했다"며 "이번 리포지셔닝은 누적된 경영 실패를 바로잡고 생명과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근본적인 경영 쇄신 조치"라고 역설했다.
지난 2020년 콜마비앤에이치는 별도기준 956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지난해 239억원으로 7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7.8%에서 5.1%로 감소했다. 시가총액은 2020년 8월 2조1242억원이 올해 6월 30일 기준 4259억원으로 줄었고, 해당 기간 7만원대에 달했던 주가도 1만원대로 주저앉았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콜마비앤에이치가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한 계열사라고 부연했다. 화장품 사업의 한국콜마는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 3년 동안 각각 46%, 77% 성장했다. 의약품 사업의 HK이노엔도 해당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 68%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기식 부문의 콜마비앤에이치는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 영업이익은 60% 급감해 그룹 내에서 홀로 역성장한 계열사라고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한국콜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 HK이노엔은 47% 증가했지만, 콜마비앤에이치만 영업이익이 53% 감소했다.
콜마홀딩스 측은 "그룹 전체가 성장하는 와중에 홀로 정체된 콜마비앤에이치의 한계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실적 악화는 외부 환경보다는 윤여원 대표이사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미래 비전 부재에서 비롯됐고, 지난 5년 동안 핵심 전문경영인 2명이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조직 내 전문성과 리더십 모두 심각하게 훼손돼 현재의 경영실패로 이어졌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윤 대표가 ODM 사업의 본질과 거리가 먼 자체 브랜드 사업을 추진한 것도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이 됐다"며 "2020년 6월 설립한 자체 브랜드 콜마생활건강(옛 셀티브코리아)은 2021년 5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해 누적적자가 100억원을 넘어서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밖에 지난해 윤 대표가 100% 주식을 보유한 개인회사 케이비랩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완전 자회사인 에치엔지(HNG)를 통해 부당 인력을 지원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사안도 거론했다. 공정위가 에치엔지와 케이비랩에 약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콜마 관계사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에치엔지는 매출채권 지연회수와 부당 인력 지원 등의 사유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러한 전반적 상황을 비춰볼 때 콜마비엔에이치는 위기의 본질은 명확하고, 경영 정상화와 쇄신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신규 사내이사 선임이 불가피하다"며 "향후 생명과학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과 R&D 중심 경쟁력 확보,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리포지셔닝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가 생명과학 사업의 핵심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전면적 쇄신을 추진하고, 단기적 실적 회복을 넘어 시장 신뢰 회복과 그룹 미래 경쟁력 강화의 분기점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