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ESG보고서, 극한기후 '물리적 리스크'로 분류…"대응 강화"

온열질환·사망자 최대 10배, 손보 손해율 23%p↑ 한은 "무대응 땐 은행 BIS비율 규제선 밑으로"

2025-07-02     정희진 기자
4대 금융지주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KB·하나·신한·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극한기후를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로 분류하고 대응 강화에 나섰다. ESG 보고서를 통해 담보 가치 훼손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지만, 실제 대응은 아직 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주요 금융지주들은 ESG 보고서를 발간하며, 극한기후에 따른 리스크 관리체계를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폭염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부동산 담보 가치를 떨어뜨려 대출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단계별 기후 시나리오 분석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산업별 리스크 노출도를 점검하며 'IFRS S2 기후 공시 기준'을 반영해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구분하고 각각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 중이다.

하나금융도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전사적 리스크'로 규정했다. ESG 중장기 전략에 폭염·산불 등 급성 물리적 리스크 대응 계획을 포함했으며, 소상공인·중소기업이 기후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저탄소 전환 지원과 기후금융 컨설팅을 병행한다. 그룹 리스크관리위원회 산하에 전담 조직을 두고 계열사별 기후 익스포저(위험노출) 점검도 정례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TCFD 권고안에 따라 물리적·전환 리스크를 정량화하고 시나리오별 손실 추정, 담보 가치 훼손 영향 등을 계수화해 대손충당금 적립까지 연계하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도 별도로 운영한다.

우리금융은 녹색여신과 친환경 금융상품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취약지역 담보 가치 하락과 연체율 상승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적도원칙 이행보고서를 통해 대형 PF 사업에도 기후 리스크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금융권이 기후리스크 대응을 강화하는 이유는 극한기후에 따른 실물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폭염일수는 최근 5년간 7.7일에서 30.1일로 4배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는 950명에서 3704명으로, 폭염 사망자는 3명에서 34명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극한기후가 집중된 3분기(7~9월)에 연중 평균보다 23%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기후 충격이 은행권 건전성에도 직결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금감원·기상청·국내 금융사들과 공동으로 실시한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1.5℃ 대응(2050년 탄소중립) 경로를 따르더라도 고탄소 산업 신용손실로 BIS비율이 2050년경 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됐다. 무대응 시 물리적 리스크가 더욱 확대돼 2100년경 은행 BIS비율이 10%까지 하락해 규제 기준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시됐다.

다만 업계는 이 같은 전사적 노력에도 업권 대응이 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부동산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은행권도 이를 인지하긴 하지만 실제로 체감하려면 슈퍼컴퓨터로 수십만 건 모수를 돌려야 하는데 현실에선 2500건 정도로 한정된다"며 "이미 폭염 같은 극단기후는 실적에 계절성 비용으로 스며들고 있지만, 담보 가치와 연체율 관리를 선제적으로 하려면 리스크맵과 데이터 분석이 훨씬 정교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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