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건축 통보와 권리금 소송의 '함정'

2025-07-05     차진형 기자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권리금은 상가 영업 노하우가 응축된 자산이다. 하지만 임대인의 한마디 '재건축 예정'이 계약 테이블을 뒤집고 권리금 소송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잦다. 임차인이 지켜야 할 권리금 회수 기회는 어떻게 방어할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2015년 권리금 조항(제10조의4)을 도입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재건축, 용도변경, 임대료 급등 같은 '정당한 사유'를 내세운 방해 행위가 교묘히 반복된다.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은 통상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임대인이 '장차 1년 6개월간 비영리 목적으로 공실 예정이니 신규 계약은 3년만 가능하다'고 통보하면 협상 테이블이 즉시 흔들린다.

법적 쟁점은 '정당한 사유' 여부와 '회수 방해행위'의 범위다.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기 위해서는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고 ▲계약조건을 임대인에게 제시하며 ▲임대인이 거부·지연으로 거래를 좌절시켰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나아가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의 보증금 및 차임을 지급할 자력 또는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의사 및 능력에 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대법원 2022다202498' 판결은 임대인이 다른 후보와 협상 중이라는 사유만으로 거절했다면 추상적 사유만으로는 방해행위로 볼 수 없으며, 확정적인 거절 의사가 있을 때 방해행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구체적 재건축 일정이나 구조적 안전 문제처럼 객관적 근거가 있으면 방해가 아니다. 결국 '정당성' 입증 경로는 임대인의 문서, 공문, 감정평가 등을 촘촘히 수집하는 데서 출발한다.

중요한 쟁점은 재건축 통보의 시점이다. 계약 체결 시부터 사전에 재건축 계획을 고지했다면 이는 명백한 '정당한 사유'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계약 갱신 단계에서 갑자기 재건축 통보를 하는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신규 임차인 주선을 거부할 수 있는지 분명치 않다.

임대인으로서는 재건축 계획이 있다면 계약 체결 당시부터 문서나 계약서에 재건축 시기와 소요기간을 포함한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임차인이 명확히 인지하게끔 조치해야 법적 안전지대를 확보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임대차 종료 6개월 전에 '권리금 협상 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내 신규 임차인 정보를 공식 전달하는 절차가 기본이다. 이후 임대인이 불응하면 통지서, 문자, 통화 기록을 모아 두어야 한다.

소송 단계에서는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권리금 시가와 실제 거래 예정 가격 중 낮은 금액이 손해배상 한도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임차인은 계약 종료 후 3년 내에 권리금소송을 제기해야 시효를 지킨다. 재건축 인허가 서류와 사진을 확보해 임대인 주장 시기와 행위의 간극을 밝히면 입증이 유리하다.

권리금 분쟁은 결국 얼마의 권리금 손해를 인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 권리금 소송 진행 중 권리금에 대한 감정신청이 이루어지고 감정인에 의한 감정평가 과정에서 최근 3개년도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시설권리금 설치 자료 등을 요청한다.

임대차 시장이 짧은 계약 주기로 재편되는 만큼 임차인은 회계 백업 파일과 인테리어 전후의 상가 사진을 분기별로 저장해 향후 권리금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분쟁 조짐이 보이면 임대차 분쟁조정위에 조정 신청을 거쳐 소송 전 합의를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어 실익은 적다.

권리금은 '영업 지속 가치'라는 무형 자산이지만 법적 보호를 받으려면 촘촘한 절차 증명이 전제다. 임차인은 협상 시작 6개월 전 통지, 증거 확보, 3년 내 소송이라는 세 단계만 지켜도 방어선이 단단해진다. 임대인 역시 재건축·용도변경 계획을 문서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불필요한 권리금 소송을 피할 수 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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