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삼부토건·SG사태 막는다"…금융당국, 주가조작 불공정거래 '철퇴' 예고
합동대응단장에 금감원 부원장…AI 감시 시스템 고도화 추진 李 대선공약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부실기업 퇴출 '속도'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엄벌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금융감독원, 거래소와 함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이윤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우리 자본시장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소수의 불공정거래 세력이 시장의 신뢰를 여전히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경미한 처벌을 받더라도 주가조작 등 수익이 더 크다는 인식이 시장에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당국은 주가조작과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초동대응을 강화하고, 엄정히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에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이 상임위원은 "지금까지는 심리부터 조사, 제재까지의 각 단계가 각 기관에 흩어져 나뉘어 처리돼 긴급·중요사건에 대한 대응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거래소 내 하나의 공간에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세 기관이 함께 모여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합동대응단은 오는 30일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단장은 금감원 부원장이 맡는다. 이는 합동대응단 내 조사반의 대부분이 금감원 조사 인력으로 구성되고, 그간 금감원에 축적된 조사 경험 및 전문성 등을 고려한 조치다.
또한 당국은 거래소가 가명정보(주민등록번호를 가명처리)를 계좌와 연계해 '개인기반'으로 시장감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시장감시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 상임위원은 "시장감시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며 "AI로 과거 시장감시위원회 심리결과를 분석해 불공정거래 행위의 혐의성 판단 지표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최근 지능화된 불공정거래 기법에 신속하고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운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역시 본격 도입된다.
이 상임위원은 "불법이익이 의심되는 계좌는 조사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지급 정지하고, 범죄수익을 넘는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상장사 등 임원선임 제한을 적극 활용해, 주가조작범은 자본시장에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철저히 퇴출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불공정거래와 연계되는 등 중대한 불법공매도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의 과징금과 영업정지를 부과해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허위 공시에 대한 과징금 등의 엄정집행을 통해 시장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부실 상장사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빠르게 퇴출시키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부실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면 주식시장의 성장과 신뢰가 저해되고,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시가총액, 매출액 등 상장유지 요건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강화하고, 상장폐지 심사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하는 등 절차도 효율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브리핑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이뤄져 눈길을 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3년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당시 수혜주로 꼽히며 단기간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 이일준 회장 등은 보유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원대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당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 사업을 논의한 것과 관련, 주가 조작에 개입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거래소를 찾아 "삼부토건은 주식 조금만 해 본 사람이라면 주가조작이라는 게 딱 드러난다"며 "당시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어쩌고 했지만 전형적인 주가조작 사례"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