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 소액주주들, 대통령실에 탄원…'부자경영' 논란 재점화
주주연대 '편법 승계·시세조종' 등 주주가치 훼손 주장…다중 겸직 문제 논란 KG그룹 "사실과 달라…전문가 "상법 개정안과 맞물려 해결할 수 있는 사례"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KG그룹 소액주주들이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주주가치 훼손 의혹을 제기하며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KG그룹의 부자(父子) 경영과 관련한 '편법승계·시세조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G케미칼·KG에코솔루션·KG모빌리티 등 KG그룹 계열 6개사 주주들로 구성된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초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연대 측은 곽재선 회장과 아들 곽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영 방식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탄원서에는 ▲2017년 KG제로인과 KG네트웍스 간 합병을 통한 편법 승계 의혹 ▲KG에코솔루션의 이차전지 사업을 위한 정관 변경 후 철회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교환사채(EB)로 전환해 헐값에 설정된 교환가액에 따른 배임 가능성 등이 포함됐다.
곽정현 KG모빌리티 사업전략부문장(사장)의 다중 겸직 문제도 논란이 됐다. 소액주주연대는 곽 사장이 한때 그룹 내 14개 계열사 직책을 겸직했지만, 등기이사는 KG케미칼·KG스틸·KG제로인 등 3곳에 불과하다며 이는 책임경영 회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KG스틸의 배터리팩 사업 철회 사례 역시 신사업의 불투명성과 주가 급등락에 따른 시세조종 의혹 사례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연대는 곽 회장이 비판 현수막 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과 곽 사장 해임을 위한 KG케미칼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도 이사회를 열리지 않는 점 등이 주주 권리 무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연대 측은 곽 사장의 사내이사 해임안을 상정하기 위한 KG케미칼 임시주총 소집을 재추진 중이며, 주총 개최 관철을 위해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G그룹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사실과 다른 주장에 아쉬움을 느낀다"며 “그동안 모든 경영활동을 법과 원칙에 따라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차전지 사업 철회에 대해선 "이차전지 소재, 배터리팩 등 일부 신사업은 시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추진됐으나,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향후 사업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곽 사장의 겸직 논란에는 "일시적으로 9곳까지 겸직했던 적은 있지만 현재는 KG케미칼, KG스틸, KG제로인 등 3곳만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라며 "겸직은 그룹 전략 수행과 시너지 제고를 위한 구조이며, 각 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 책임경영을 실현 중"이라고 강조했다. KG케미칼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대해서도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곽정현 사장이 최대 주주(지분 38.84%)였던 KG제로인을 KG네트웍스가 흡수합병하면서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회사를 사실상 승계했다.
합병 이후 곽 사장은 34.81%의 지분을 확보하며 그룹 지배력을 유지했고, 이 구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룹 측은 "사업 다각화와 경영 효율성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사실상 지배권 세습이라고 주장해 왔다.
잇단 신사업 발표와 철회 과정에서 발생한 주가 급등락도 시세조종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KG에코솔루션은 2023년 주총에서 ‘이차전지 소재 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지만, 실제 사업 진척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1만원에서 2만8000원까지 급등했다가 사업 지연으로 이후 급락했다.
KG스틸 역시 2023년 10월에 700억원 규모의 배터리팩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2024년 8월 돌연 철회했다. 이에 따라 KG스틸 주가는 9000원대에서 5500원대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2월 KG스틸 정기주총을 앞두고 곽 대표의 해임안을 제출했으며, 국민연금도 다중 겸직과 경영 능력 부족을 이유로 곽 대표의 재선임에 반대한 바 있다.
연대는 지난해 11월에도 주가 하락, 주주친화 전략 부재, 이차전지사업 추진 미흡 등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올해 3월에는 KG모빌리티가 무상감자를 단행한 직후, 이사회가 임원 퇴직금 지급 대상과 금액을 늘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 측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밖에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전환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KG그룹의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법 승계와 시세조종 등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이사회와 감사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주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이는 상법 개정안과 맞물려 해결할 수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주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뗏법'으로 이어진다면, 개정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곽 사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와 미국 퍼듀대 대학원 경영학과(MBA)를 졸업하고 기아를 거쳐 지난 2013년 KG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KG모빌리언스·KG이니시스·KG케미칼·KG스틸 등을 거치며 주로 경영 지원 업무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