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원훈,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사용 '정보는 국력이다'로 복원

2025-07-17     박광하 기자
국정원 내 원훈석 사진. (사진제공=국가정보원)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국가정보원이 원혼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꿨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원훈석 제막식에는 이종석 국정원장, 장종한 양지회장, 다수 직원 대표가 참석했다. 해당 원훈은 '국민의정부' 시절인 1998년 5월 직원 의견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제정됐으며,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정보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하면서 같이 바꾼 원훈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국민주권정부' 시대를 맞아 '국민의 국정원'으로 발전해 나가자는 의지를 반영하고, 실사구시 관점에서 국익·실용을 지향하는 '정보의 중요성'이 잘 담긴 해당 원훈의 복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훈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를 바탕으로 당시 제작된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길이 5.6m, 높이 2.7m, 두께 1m 크기의 화강석 재질이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이 원훈을 다시 세우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나라 안팎의 난관을 헤쳐나갈 우리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필요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 지원으로 안보와 국익을 뒷받침하는 국정원의 책무와 역할이 이 원훈 속에 다 담겨 있다"며 "직원 모두가 이 원훈을 마음에 새겨 정보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국익수호에 매진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국정원의 원훈은 정권에 따라 변경을 거듭했다.

초대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1961년 6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창설과 동시에 제정됐다. 이 원훈은 초대 중정부장인 김종필 전 총리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지'에서의 비밀스러운 활동을 통해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초기 정보기관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까지 약 37년간 사용되며 중정, 국가안전기획부를 대표하는 원훈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정원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사용된 원훈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김대중 정부를 시작으로 다양한 원훈으로 변경이 이뤄졌다가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김규현 국정원장 주도로 이 원훈이 다시 복원됐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변경된 원훈석의 서체인 '신영복체'에 대한 전현직 직원들의 논란과 정보기관의 정체성 훼손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직원 설문조사 결과 절대 다수가 첫 원훈으로의 복원을 지지한 점이 반영됐다. 김규현 원장은 복원식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문구 그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제2대 원훈인 '정보는 국력이다'는 1998년 5월 김대중 정부가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개편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원훈으로 채택됐다. 직원 의견 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선정됐으며, 정보의 중요성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강조하며 현대적·실용적 정보기관의 역할을 지향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약 10년간 사용됐다. 17일 국정원이 이 원훈을 다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제3대 원훈인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채택됐다. '자유'와 '진리'라는 보편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보기관의 활동이 이러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무명(無名)의 헌신'임을 강조한다.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보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사용됐다.

4대 원훈인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해'는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제정됐다. '소리 없는 헌신'을 통해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이라는 애국적인 가치를 직접적으로 내세운다. 국가 안보와 국익 수호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과 더불어 정보기관의 역할이 국가의 영광을 위한 헌신에 있음을 강조한다. 2021년 6월 4일 제5대 원훈이 제정될 때까지 사용됐다.

제5대 원훈인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은 2021년 6월 문재인 정부 때 제정됐다. '국가와 국민'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가 국민에 대한 봉사에 있음을 강조하고, 애국심, 헌신, 충성 등의 의미를 담았다.

원훈석의 글씨체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신영복체'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일부에서는 대북 정보 활동을 하는 국정원의 원훈에 해당 서체가 사용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는 결국 2022년 초대 원훈 복원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됐다. 2022년 6월 초대 원훈이 복원될 때까지 약 1년간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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