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관세 타결에 마음 바빠진 韓…9일간의 '막판' 총력전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일본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 지으면서,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9일 앞둔 우리나라의 발걸음도 더욱 바빠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만큼, 한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호관세 15%를 골자로 한 미일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지난 4월 미국은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24%로 예고한 뒤, 이달 7일 25%로 소폭 올렸다. 이번 미일 협상에서는 이런 관세율을 15%로 10%포인트 낮췄다.
관세율을 낮춘 대신 일본은 미국 현지에 5500억달러(약 76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또한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여겼던 자동차(트럭 포함)와 쌀, 일부 농산물 시장도 개방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의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곳에서 이뤄질지, 시장 개방도 어떤 형식으로 실시될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관세율을 낮춘 것 이상으로 실리를 가져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조인트 벤처(JV) 형식으로 참여한다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직접 지목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종용해 왔던 사안이다.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23일 오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이틀 만에 방미길에 올랐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등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 4월 말 한 차례 열린 이후 중단되어 왔던 ‘한·미 2+2 통상 협의’도 2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다시 열린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 측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마주 앉게 된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이 다음 달 1일인 만큼, 한국으로서는 '최종 담판'인 셈이다.
일본의 상호관세 타결은 한국의 대미 협상에 또 하나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은 산업 구조가 유사하고 대미 수출 구조마저 비슷하다. 따라서 통상 당국은 일본의 협상 타결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파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출국 전 김정관 장관은 일본 협상 타결이 우리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부분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우리 측의 협상 목표는 25%로 예고된 상호관세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일본이 10%포인트 낮춘 15%로 최종 결정된 만큼, 한국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목표로 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는 것도 중요 사안이다.
이를 위해 우리 측도 일본처럼 미국 현지 투자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를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자동차·철강 생산시설 외에 다수의 새로운 투자 방안을 제안할 전망이다. 또한 조선, 원자력 등 양국 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산업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일본과 동일하게 쌀 등 국내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사업 참여와 투자도 강력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실시 중인 30개월령 이상의 소고기 수입 금지를 해제하는 것도 중요 논의 사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통상 관련 한 전문가는 "미국과 일본은 일단 포괄적인 사안에 대해 합의한 뒤, 세부 사안의 경우 차차 구체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역시 구체적인 사안은 합의해 나가면 된다. 내줄 것은 내주고, 받을 것은 받는 큰 방향성에 대해 합의를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상호관세를 15%로 낮춘 것을 의식해 우리가 숫자에만 집착할 경우, 더 큰 것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 조급함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