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에 전기차 캐즘까지…현대차·기아 美 시장 대안 없나

23일부터 권역본부장 회의 열어 하반기 전략 논의 美 관세 따른 수익 하락 불가피…현지 가격 조정할까

2025-07-23     안광석 기자
서울시 양재동 현대자동차·기아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가장 큰 수출 시장인 미국 시장 침체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3분기부터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미국발 관세에 따른 수요 침체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성장동력인 전기자동차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판매 감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생산 확대 및 라인업 다변화, 가격 동결 정책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전망이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23일 송호성 사장 주재로 해외 권역본부장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는 윤승규 북미권역본부장 및 김경현 기아중국총경리 부사장, 안기석 아태권역본부장과 정원정 국내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한다.

현대차 권역본부장 회의는 자세한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르면 이번 주 말 호세 무뇨스 사장 주재로 개최될 전망이다. 현대차 권역본부장 회의에는 정의선 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는 큰 틀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5%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과 친환경차 등 하반기 판매 전략 수립 등 미국 시장 관련 '투트랙'으로 실시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미국 관세 문제는 ▲현지 판매 가격 조정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현지 공장 가동률 조정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에 따른 친환경차 판매 부진 대응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판매 전략은 ▲미국 외 유럽과 남미 등 다른 시장으로의 판매 다변화 ▲전반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향상 방안 ▲전기차 판매 순위 하락에 대한 대응 등이 주요 의제다.

현대차 울산항 자동차 수출 선적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앞서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9.2% 늘어난 총 89만3152대를 판매했다. 판매량만으로만 본다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해 현대차는 전년보다 10.5% 증가한 47만6641대를, 기아는 7.8% 늘어난 41만6511대를 팔았다. 특히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해당 부문 현지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한 18만715대로 사상 최고치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누적된 미국 관세 부과 영향으로 2분기 현대차·기아 영업이익 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7%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관세 부담액은 현대차 8030억원, 기아 7230억원으로 각각 추정된다.

현대차·기아는 일본 도요타 등 경쟁사들의 현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관세 인상 이후 현지 자동차 판매 가격을 계속 동결해 왔다. 오히려 현지 프로모션을 강화해 판관비 부담이 늘었다. 미국 관세 부담은 양사의 하반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캐즘에 따른 친환경 부문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설 우려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친환경차 판매 부문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이는 전적으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45.3%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28% 줄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지 생산량 확대와 판매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 1~5월 미국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급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시행으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오는 9월 말 종료되면 추가적 판매 및 수익 하락이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기아는 당분간 미국 관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보고, 여전히 현지 가격 인상 대신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판매량은 유지해도, 수익성은 하락이 불가피하다.

예상되는 현대차·기아의 하반기 미국 관세 대응 전략은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새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준공해 현지 생산 능력을 연간 최대 5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아도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 미국 판매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유통 구조를 재편 중이다.

또한 양사는 한국산 미국형 모델의 생산을 다른 생산기지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미국 핵심 판매 차종인 ‘K4’를 생산하며, 일부 투싼 물량도 담당하고 있다. 튀르키예 및 슬로바키아 등 해외 공장의 전기차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전기차 캐즘 하반기 대응책으로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적용한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팰리세이드 완전변경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한 하이브리드 적용 차종을 기존 7개에서 14개 차종으로 늘리고,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까지 하이브리드 옵션을 탑재할 계획이다. 기아는 하반기 'K4 해치백' 및 'EV4' 등 신차 출시를 계획 중이다.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 및 원가 혁신 노력도 병행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정부 보조금과 별도로 전기차 추가 할인 프로모션도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 내지 폐지 도출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가능성이 워낙 작다"며 "관세 대응 전략 TFT를 출범하고,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의 핵심 성과관리체계(KPI)에 전기차 판매 대수를 반영하는 것도 자체 대응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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