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금융당국 체제 개편…"감독기구 독립·전문성 보장해야"
"금융위 독점 금융감독·정책 기능 분리…민간에 이관 필요" "한국은행 모델 참조 바람직…금감원 중심 감독기능 재편"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금융당국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긴급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올바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긴급 정책 토론회는 김남근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유동수·민병덕·오기형·김승원·김현정·이강일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차규근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과 금융경제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들은 지지부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동력을 회복하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저지하거나 그 취지를 왜곡하려는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의원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궁극적인 목표는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금융소비자 보호인 만큼 시급하게 논의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금융위의 기능 재편,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 등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길 바란다"면서 "국회 정무위 위원으로서 추가적인 논의와 제도 개선에 적극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축사를 통해 "국내 금융사들은 관치금융에 익숙해진 나머지 금융 중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간의 관치금융을 벗어나 민간 주도의 자율형 금융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다"며 "금융감독이 제대로 서야 규제 완화와 자율, 창의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산업정책 기능 기재부 이관…"과거 금감위 체제 회귀 안 돼"
이재명 정부 내 금융당국 개편의 핵심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다.
먼저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의 쟁점과 개편 방향에 대해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고 교수는 "이명박 정부 이후 지속돼 온 현행 체제에서 상호저축은행 부실 사태, 동양그룹 사태 등 감독 실패 사례가 다수 나타난 만큼, 개편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독점하고 있는 금융감독정책 기능을 분리해 공적 민간 금융감독기구에게 이관하고, 금융산업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률에 의해 설립된 공적 민간금융감독기구는 행정법에 따른 영조물법인으로서 행정청의 범위에 포함되므로 금융감독행정권을 수행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기구를 건전성감독기구와 영업행위감독기구로 이원화하는 쌍봉형 체제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렇지 않을 때는 금감원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별도의 금융소비자원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될 경우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원 내에 합의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각각 두고, 회의 의사 진행 등 사무국 보조 업무는 각각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원이 담당하도록 해야한다"면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고 교수는 감독체제 개편 시 주의해야 할 사항도 언급했다. 금감원 및 금융소비자원 상위 기구로 금감위를 별도로 설치하고, 그 산하에 사무국 조직을 두는 2008년 이전의 금감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금감위가 금융감독정책을 수행하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원이 금융감독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이원적 체제는 업무 중복이 일어나고 두 기관의 상호 업무 협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비효율적인 금융감독체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체제 개편 핵심 '관료 재배치'…"금감원장, 금감위원장 겸임해야"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세부 논점에 대해 주제 발표를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은 현 금융위 사무처에 자리잡은 관료 재배치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전성인 전 교수는 "금융산업정책과 감독기능의 분리를 위해 금융정책은 기재부로, 감독기능은 금융감독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 사무처 인력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신규 수요에 맞춰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는 것이 체제개편의 핵심"이라며 "두 권한을 모두 행사하고 있는 금융위 사무처를 분할해 금융산업정책 업무는 기재부 내에 신설하는 금융정책국으로 이관하고, 그 외 조직은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한국은행 모델을 참조해 그 내부에 금감위를 두고, 원장이 위원장을 겸직하면서 행정처분 권한의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시 금감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최근 한국은행이 제기한 감독권 강화 문제에 대해선 "금융감독권을 감독기관별로 모두 강화할 것이 아니라 금융안정협의회(가칭)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금융감독유관기구 간 정보 공유와 업무 협조를 활성화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금융위 인원 기재부·공정위 배치 검토…現 체제 장점은 살려야"
주제 발표 후에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을 사회로 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박사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홍주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등이 참여해 금융당국 체제 개편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종보 소장은 "현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고, 증권선물위원회는 금감위 내부에 존치하며, 금융위 사무국에서 국내 금융산업정책을 담당했던 부서와 인원을 기재부로 옮기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후록 박사는 "금소원 신설 등 아직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감독시스템 변화를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과거 한은이나 은행감독원 체계와 같이 현 체계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검사권 부여, 감독범위 확대 등으로 금소처의 기능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덕조 교수는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금융시장감독원 또는 금융소비자보호감독원 등의 설립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토론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홍주 교수는 "그간 금융산업 보호와 안정이란 명분으로 유지한 금융업 공정거래법 적용배제 특혜를 회수해 금융산업 경쟁과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며 "감독체계 개편 후 금융위 유휴 인력은 기재부외 공정위 배치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