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전까지 타결해야…韓-美 관세협상 물밑 신경전 치열
25일 '2+2 회담' 불발 후 분위기 나쁘지 않아 대미투자 확대 및 소고기 수입 압박 등은 세져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에도 미국의 25% 상호관세가 부과될 전망인 가운데, 남은 기간 동안 무역 협상 타결을 위한 양측의 물밑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측은 25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간 무역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불공정한 무역 장벽을 낮추고 미국 기업들을 위한 시장 접근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해서 생산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추진해 온 무역 협상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무역 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언급이나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자택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이 협상단을 자택으로 초청했다는 사실 자체는 그가 한국과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에 중요한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 관세를 담당하고, 미일 무역 합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먼저 제안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운 만큼 그를 설득하는 게 1차 관건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로 더 이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 기간은 없을 것을 천명한 상태다. 그는 "전부는 아니라도 협상 대부분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60조원)을 투자한다는 조건이다. 이는 한국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러트닉 장관이 한국과 일본에 제안한 대미 투자 액수가 4000억달러(약 550조원)였는데, 결국 일본은 더 큰 액수로 상호관세율 25%에서 15%로 인하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워싱턴D.C. 현지시간으로 25일로 잡혔던 '한미 2+2 장관급 회담' 일정을 갑자기 보류시켜 한국 정부에 더 큰 압박감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 것도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요구받은 한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일정도 빠듯하다. 현재 미국은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유럽연합(EU)과 중국과의 무역 협상도 진행 중이다. 미국 측 고위인사 일정을 고려하면 향후 대면 협상이 가능한 날짜는 오는 30∼31일로 좁혀진다.
한국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2+2 회담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오는 31일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이 계속해서 무리한 조건을 요구할 경우, 한국 내부의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다. 그간 미국은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구글 정밀지도 반출, 온라인 플랫폼 규제 철회, 자동차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에 일부 비관세 장벽 완화와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제조업 협력 강화 방안 등을 제시하며 상호관세 및 품목관세 인하를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