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戰] 하나 '속도전' vs 우리 '체질개선'…금융 실적 방정식 달랐다

하반기 비은행 실적 따라 순위 역전 가능

2025-07-30     차진형 기자
(자료=각 사)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자의 전략과 체질에 따라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하나금융은 비이자이익 중심의 실적 개선을, 우리금융은 자본비율과 자회사 인수 성과를 앞세워 추격에 나섰다.

◆순이익 격차 7567억원…하나는 '비이자', 우리는 '균형 성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 2조3010억원을 시현하며 전년 대비 11.2% 성장했다.

하나금융은 비이자이익으로 1조3892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매평가익은 8265억원으로 28.1% 급증하며 수익구조 다변화에 성공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1조5513억원으로 7567억원의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분기 증가율로 따지면 우리금융이 더 높았다.

우리금융은 2분기 93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약 3000억원 증가한 실적을 냈다. 이익 규모는 작지만, 디지털·AI 전략과 보험사 인수를 통해 하반기 본격적인 수익 기반 확대를 예고했다.

하반기부터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실적이 반영된다. 이 경우 현재 순이익에서 약 20%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

◆ROE·CET1 엇갈려…하나는 수익성, 우리는 자본건전성

핵심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는 하나금융이 10.76%로, 전년 대비 0.40%포인트 개선됐다. 그룹 NIM도 1.73%로, 3개월 전보다 0.04% 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핵심 저비용예금 증가, 카드 부문 조달비용 절감 등이 반영되며 그룹 NIM이 개선됐다.

대출 증가세도 수익성 지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우량 기업대출 중심의 성장으로 은행 원화대출 규모는 전분기 말 대비 2.1% 증가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양적 성장이 아닌 위험가중자산(RoRWA) 기반 대출로 수익성 중심의 자산 증대를 꾀하고 있다"며 "국내 명목 GDP 성장률을 감안한 대출 성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금융의 ROE는 9.13%로 낮았지만,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10.28%를 기록해 견조한 수익 창출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CET1비율 증가폭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실제 하나금융의 CET1은 13.39%로 0.59% 포인트 상승했고, 우리금융은 12.76%로 0.63% 포인트 개선됐다. 증가폭 기준으로 보면 우리금융이 앞선 셈이다.

우리금융은 연말까지 CET1 목표를 12.5%로 제시했으며, 상반기에 이를 초과 달성한 만큼 중장기 목표인 13%를 조기 달성할 계획이다.

◆주주환원 정책…"하나는 공격, 우리는 균형"

하나금융은 상반기 중 자사주 4000억원을 조기 매입했으며, 이사회는 추가로 2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의했다. 주당 배당금도 913원으로 결정하며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내세웠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주주 친화적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안 등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2027년 주주환원율 50% 타깃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속도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반기 경영 실적, 매크로 변수, 보통주 비율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주주환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룹 수익성이다. 안정적인 자본비율과 충분한 손실 흡수력 확보가 전제된다면 환원정책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배당 믹스에 대해선 "PBR이 0.8 수준에 도달하면 자사주 중심 환원 비중을 재검토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최근 빠른 속도로 PBR이 상승하는 만큼, 투자 전략도 조기에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분기배당 200원을 유지하며 안정적 환원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자사주 매입은 없지만, 2023년부터 3년간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취득해 왔으며 오는 9월 11일 신탁계약 만료에 맞춰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추가 매입 여부는 시장 상황과 자본비율, 보통주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관심사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시너지다.

두 보험사는 7월 1일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실적 반영은 3분기부터 시작된다. 2024년 말 기준 두 회사의 수입보험료 점유율은 6.5%, 운용자산은 50조원 규모다. 비은행 실적이 20%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수료 수입 기반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자본 추가 투입 여부에 대한 시장 우려가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추가 증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은 "두 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150%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경영 진단과 중장기 계획 수립 단계에 있으며, 그룹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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