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D-1'…거세지는 찬반 논란

경영계 "美 관세 하나도 벅찬데 기업규제 겹쳐" 노동계 "노란봉투법, ILO 기준 부합해 신속 처리"

2025-08-03     안광석 기자
지난 2024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측 경비대와 노조 조합원들이 천막 설치를 놓고 대치 중인 모습. (사진=뉴스1)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노동조합원 권익 및 운신 폭 확대가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오는 4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가운데, 경영계를 중심으로 반대가 거세다.

해당 법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담겼다. 그러나, 경영계는 미국발 관세 및 소액주주 권익 향상을 담은 상법개정안, 법인세 인상으로 그렇지 않아도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더욱 심화할 수 있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차 상법개정안 처리 때만 해도 신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 수준에 그쳤던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 당연히 노동계는 당정의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날 본회의를 열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윤석열 전 정부에서 두 차례 거부권이 발동돼 폐기됐던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예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범위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 세 가지다.

사용자 범위 확대는 현행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와 직접적인 고용 계약을 맺은 사람으로 한정되는데,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사용자로 규정한다. 즉, 하청 노동자도 원청에까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쟁의 범위 확대는 현행법상 노동쟁의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으로 한정되지만,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를 제한하고, 개별 조합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7월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영계는 사회적 대화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극 반대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7년여 만에 단독 기자회견을 열었고, 대한상공회의소 및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8단체도 노란봉투법 처리 반대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의 논리는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 누가 진정한 사용자인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과 조선업 등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산업에서는 연쇄적인 교섭과 파업으로 현장 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조선·철강·건설 등 13개 업종별 단체도 이례적으로 이같은 우려가 담긴 공동성명을 냈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 시 불법 파업 억제 수단이 사라지고,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해 노사 관계를 불안정하게 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한다. 또한 경영 판단에 대한 노조의 개입이 확대돼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투자와 구조조정 등 핵심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암참) 및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등 외국계 기업 단체들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외국자본 투자 위축 및 기업 규제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들에 속해 있는 기업들은 한국지엠·지멘스·BMW·메르세데스 벤츠·폭스바겐 등이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90%에 가까운 한국지엠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 관세 문제로 골치를 앓는 마당에 올해도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에서 애를 먹는 중이다. 과거부터 한국의 노조문화에 거부감을 보여온 GM 본사가 그동안 설로만 그쳤던 한국 철수를 감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권 초기 상법개정안 및 법인세, 노란봉투법 등 일괄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지금 아니면 자본·노동 시장 개혁을 못 할 수 있다'는 신정부의 사명감은 이해한다"면서도 "관련 정책들은 최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데 노란봉투법의 경우, '노동자'가 아닌 '노조'만을 위한 정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성급하지 않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지만, '황제노조' 비판까지 제기되는 일부 노조까지 과도한 수혜를 받아 법의 기본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 여기에 수출이 주력인 한국 기업들은 미국발 관세 문제 하나만도 벅찬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이나 노란봉투법 등의 일괄 추진은 오랫동안 오너 및 대주주의 영향이 컸던 한국 기업 특성상 역풍을 불러 개혁의 좋은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신속한 국회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를 막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한다. 우선 사용자 범위 확대로 하청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이 교섭 테이블에 나서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 있는 노사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파업 이후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된 배경에는 과도한 손해배상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이 수반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 관계가 없더라도 결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도 좀 있고, 그 사이 한계가 있다면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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