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혼란 불러온 '양도소득세 기준'…與 '파열음' 속 개미들 '분통'
국회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 5일 만에 '12만' 돌파 정청래 "비공개 회의서 충분히 논의"…한투연 "득보다 실 많아"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강화하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자 '주가지수 5000'시대에 대한 꿈에 부풀었던 개미 투자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그려온 코스피가 직격탄을 맞고 급락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4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6분 기준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12만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1일 처음 게시된 해당 청원은 나흘 만인 지난 3일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공개 이후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 상임위원회에 정식 회부돼 논의를 거쳐 결과를 발표할 의무가 발생한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회피 가능 법안…연말 기관·외인 수요 악화 우려"
청원인은 "양도소득세는 대주주가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팔면 그만인, 회피 가능한 법안"이라며 "그만큼 세금 회피용 물량이 나오게 되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만히 놔두면 오르는 엔비디아와 국장에서 세금을 똑같이 낸다면, 누가 국장을 하겠냐"라며 "미장이랑 국장이랑 세금이 같다면,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양도세 기준을 10억원으로 설정하면 대부분 7억~8억원부터 미리 팔아버리는데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양도세를 내야 하느냐"며 "배당 분리과세는 몇 푼 되지도 않는 혜택"이라면서 "제발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은 멈춰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2025 세제개편안'을 통해 기존 50억원이던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소식에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 대통령이 줄곧 내세운 '코스피 5000'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란 지적이 쏟아졌고, 역대 최고치인 3300선을 넘보던 주가는 단숨에 4% 가까이 급락해 3100선까지 밀려났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제개편안이 기존대로 통과될 경우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로 개인 매도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일부 기업이 배당 기준일을 3월로 변경하면서 기관·외국인의 연말 매수 수요도 약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진성준 "양도세 기준 주가와 무관" vs 박상혁·김병기 "기준 재검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관측되고 있다.
이날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로 많은 개미 투자자에게 비판을 받게 됐다"며 "이 문제는 세심하지 못한 부분이 충분히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세정상화특별위원회를 발족한 것을 중심으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제개편안에 따른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며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정상화특위', '코스피 5000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 양도세 과세 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 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하지만 선례는 그렇지 않다"고 적었다.
그는 과거 정권 사례를 들어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과 주가 지수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종목당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다시 25억원으로 낮추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다시 10억원으로 낮추었으나 당시 주가의 변동은 거의 없었다"며 "윤석열 정권이 주식시장을 활성화한다며 요건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되돌렸지만, 거꾸로 주가는 떨어져왔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맹공을 퍼부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증시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최대치로 하락했다"며 "개미 투자자 뒤통수를 때리고도 휴가가서 책 읽고 영화보고 할 맛이 나십니까"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는 "주식 양도 소득세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며 "당내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란을 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 "비공개 회의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대주주 요건 하향 '코스피 5000' 역주행 행태…"증시 침체 불가피"
신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주식시장에 후폭풍을 몰고 온 가운데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는 한 개인 투자자는 "올해 코스피가 우상향하며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을 들었던 꼬리표를 이제 막 뗀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시대를 역행하는, 소액 주주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세제개편)을 하려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역시 대주주 요건 하향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정의정 대표는 한투연 카페 게시글을 통해 "세금을 부담할 대주주가 세금 회피를 위해 매도하면 세수 증가 제로가 된다"며 "회피 물량은 필연적으로 지수와 주가 하락을 야기한다"며 "그렇게 되면 대주주가 아닌 1400만명 중 대다수인 일반 주주들에게도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공매도의 약 70%가 외국인인데, 그 중 상당한 금액은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된다"며 "'국민주권정부'인 이재명 정부가 결과적으로 외국인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심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면 일정 부분 증시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코스피는 정책 기대감 하나로 겨우 3200까지 와있는 상태"라며 "이런 정책은 코스피 4000을 돌파하고 어느 정도 안착된 시점에 논의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