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韓조선에 '양날의 검' 될까…"기술유출 방지조항 포함해야"
민관, 잠재력 큰 미국 신시장 개척 발빠른 대응 국내 공동화 및 기술 유출 세심한 대비 필요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 일등 공신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한국 조선업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신시장인 미국을 뚫는 것을 넘어, 굳건한 한미동맹의 윤활유 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기존 국내 생산현장 공동화 및 한국 조선의 강점인 기술력이 유출돼 장기적으로 볼 때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마스가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민·관 모두 발 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달 내 미국 신규 조선소 건설과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등을 포괄하는 양국 조선 협력 법적 근거가 담긴 '마스가 지원법'을 발의할 전망이다. 이 법안의 초안 격으로 나온 법안이 최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대표발의한 한미 조선업 협력 증진 및 지원법 제정안이다.
해당 법안에는 ▲방산 기지 특별 구역 지정 ▲조선 협력 기금 조성 ▲범정부 차원 민관 협의체 구성 ▲숙련 노동자 고용 관련 규정이 담겼다. 정부는 국내 조선사들의 마스가 프로젝트 투자를 금융 지원할 목적으로 1500억달러(약 209조원)의 단일 업종 최대 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이 법안은 이에 대한 법적 근거다.
구체적 방향성은 잡히지 않았음에도, 민간 조선업체들은 이례적으로 당정의 움직임에 벌써부터 화답하고 있다.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이달 초 하계휴가 기간이 끝나는 대로 한미 조선 협력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정부의 마스가 프로젝트 조속 이행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미국 조선 시장은 현재 글로벌 점유율이 0.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한국 조선 기술력이 유입되면, 양적으로도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조선은 규모가 작아 거의 하지 않고,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주로 영위하는 선박 유지·보수·정비(MRO)만 해도 방산에만 국한한 미국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81조원이었고, 오는 2029년에는 9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여겨진다. MRO보다 더 큰 상선 건조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 규모와 성장세는 측량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최근 관세 협상 타결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조선업을 제1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이 전 세계에 알려진 데다, 추후 미국 상선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한국 조선의 기술력까지 알려지면 안정적인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첨단 소재 및 디지털 기술력과 시너지를 내 스마트·자율운항 선박 기술도 증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미국과 군사·외교 동맹에서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우호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잘못 활용하게 되면 ▲국내 산업 공동화 ▲기술 유출 ▲일자리 감소 등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우선 기존 국내 조선 메카인 울산과 거제에 집중돼 있던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미국으로 이동하면 국내 생산 설비는 투자가 멈추며 노후화될 수 있다. 협력업체들과 기자재업체 등 지역경제 생태계도 쇠퇴해 국내 조선 산업 전반의 공동화를 가속화하게 된다. 더욱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성공은 기존 유럽 및 중동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대비 미국 시장 한 곳의 의존도 심화로 조선산업 기초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조선소에 한국의 첨단 기술 및 생산 노하우를 전수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국 조선업의 기술 초격차를 무너뜨리면서, 세계 1위 중국에 밀려 일본 조선처럼 쇠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숙련 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이다. 국내 조선업은 현재도 청년 인력 유입이 안 돼 외국인 인력을 늘리는 상태다. 마스가 프로젝트로 인해 국내 조선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마스가 지원법에 미국 현지 투자와 함께 국내 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의무화하고, 기술 유출 방지 조항 등을 포함해야 한다"며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 조선 인력에 대한 처우 및 복지 확충, 기술 관련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소들도 강점을 살려 액화천연가스(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및 방산, 자율운항 등 스마트선박 체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세심한 정책적 시너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자본 시장 및 사회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스가 프로젝트로 조선업 인력 유출과 공동화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상법개정안 및 양도소득세 대주주 부과 기준을 강화 중인데, 조선업 노사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란봉투법'까지 일괄 추진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으로 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