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생산적 금융' 기조 속 혁신기업 투자 성공 방정식 고심
위험계수 낮춰 투자 유도…"보험금 1000조 푼다" 업계, ALM 관리 긍정적…투자 손실은 위험 요소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혁신·장기 투자 유인책 마련에 나섰다.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안전 자산 투자에만 몰려있던 보험사의 자금 차입 방식을 다양화해 보험업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권 협회들과 협력해 TF를 구성하고 '생산적 금융' 공급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조성될 첨단·벤처·혁신 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 합동 100조원 규모 펀드에 금융권의 협력을 요청했다.
보험업권에는 자본 건전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생산적인 국내 혁신기업에 대한 장기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투자 위험계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 1000조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의 혁신 분야 투자 촉진으로 수조원의 신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상 국채와 높은 신용도의 회사채에 경우에는 0%대 위험계수가 적용되는 반면, 일반 회사 주식 투자에는 20~49%의 위험계수가 책정돼 있다. 투자 위험계수가 낮아지면 회계상 가용자본의 증가로 보험사 입장에서 건전성 지표 관리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그간 보험사는 금리 인하와 회계제도(IFRS17)의 영향으로 재무 건전성 충족과 적정 유동성 유지를 위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국채나 우량 회사채 투자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국내 1위 생·손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채권 투자 비율은 각각 56%, 60% 수준에 달한다.
다만, 자금 조달 방식이 채권 투자에 편중돼 있으면 중장기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제언이 꾸준히 나왔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약 8조325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8배 증가한 수치다. 해당 자본성증권의 평균 발행 금리는 5.59%로, 같은 해 평균 운용자산 이익률 3.16%를 크게 상회해, 보험사의 장기 수익성 창출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혁신·투자 분야 위험계수 경감 조치는 보험사의 자산부채종합관리(ALM)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투자 규제 완화로 투자처가 다양해지면 보험사의 리스크 대응 역량이 고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보험사는 자본 조달을 통한 적립금 확충 부담으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여왔다"며 "규제가 완화된다 해서 곧바로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보험사와 혁신 기업 모두 재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모험자본'이라고 일컬어지는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다. 보험업권 입장에서는 위험자산을 늘리는 데에는 건전성 관리 부담이 없지만, 해당 자산의 손실이 막대해지면 당국이 권고하는 지급여력(킥스) 비율 등 건전성 지표 수준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기본자본 비율 등 자본 적정성 관리 압박이 있는 만큼 보험사가 쉽게 혁신 분야 투자를 결정할 지는 의문"이라며 "보험사의 혁신·벤처 기업 투자 유인을 위해서는 보험사의 실질적 수요와 투자 손실 보완 방안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