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부터 발행어음까지…증권사, 종투사 기준 강화에 몸집 불리기 '속도'
NH證, 6500억 유상증자…IMA 1호 타이틀 '한투·미래'와 3파전 삼성증권, 8년 만에 '사법 리스크' 벗고 '발행어음' 단독 인가 기대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금융당국의 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기준 강화를 앞두고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등 고수익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선제적 '덩치 불리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31일 이사회에서 신규 사업 IMA를 추진하기 위해 65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7조2459억원 수준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던 NH투자증권은 이번 유증으로 단숨에 자본시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IMA 사업자 선정 자기자본 요건인 8조원을 충족하게 됐다.
지난 2013년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 혁신 중소·벤처기업 등의 성장을 지원하는 기업금융(IB) 역량 강화를 목표로 종투사 제도를 도입했다. 자기자본 금액에 따라 3조원 이상은 기업신용공여·전담중개업무·내부주문집행 업무, 4조원 이상은 발행어음 업무, 8조원 이상은 IMA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중 IMA 사업을 획득한 증권사는 일임형 자산관리, 투자자문, 랩어카운트, 펀드 판매, IB 등 다각화된 서비스를 집약해 운영할 수 있다. 특히 발행어음 사업과 달리 IMA는 자금 조달 한도가 없어 증권사가 기존보다 더 많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 전무한 IMA 사업 1호 타이틀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자기자본 '투톱'으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중 누가 먼저 획득할지를 두고 자웅을 겨루는 모양새였다. 두 증권사는 이미 금융당국에 IMA 사업신청을 완료했다.
하지만 최근 NH투자증권이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NH투자증권은 9월 내 인가신청을 완료해야만 현행 요건으로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가 확대되면 자본적정성 지표가 제고되고,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리테일 대출 재원, IB 비트레이딩 자산 투자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자본력 개선을 통해 사업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유상증자 자금 유입으로 중단기적으로 유동성 대응 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IMA 인가가 이뤄질 경우 발행어음과 달리 장기로 조달이 가능해 수신기반 다변화와 장기성 투자자산과의 유동성 만기 매칭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발행어음 시장에 도전하는 삼성증권도 '사법 리스크'를 벗고 덩치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발행어음이란 초대형 IB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만기 이하의 금융상품을 말한다.
하반기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관련 사업에 진출을 추진 중인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더불어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총 5곳이다. 이 중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6조원 이상으로 기준을 가뿐히 충족할뿐더러 내부 잡음 역시 없는 상태인 만큼 여타 증권사 중 가장 앞서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에도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추진했으나, 당시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구속으로 심사가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법원에서 이 회장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및 배임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그간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
대형 증권사들이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건 금융위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 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가운데 내년부터는 심사 기준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시장 전반에 퍼진 영향이다. 비교적 완화된 기준에서 인가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한편 삼성증권은 발행어음뿐만 아니라 향후 IMA 사업까지 넘볼 수 있단 기대가 상존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이 6조8541억원 수준인 만큼 발행어음 사업을 2년간 영위한 뒤 오는 2028년 IMA 사업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밖에 이미 초대형 IB를 인가받은 KB증권의 경우 아직까지 IMA 시장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단기 혹은 장기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며 "IMA 시장이 본격화되고 활성화되면 다른 곳들도 참여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