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우리금융, 동양생명 '자본 관리'에 발목 잡히나
인수 보험사 자본 감소 '지속'…염가매수차익 감소 예상돼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상반기 아쉬운 순익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보험사 인수를 통한 수익 기반 확대에도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이에 하반기 실적 반등을 통해 임기 연장을 노리고 있는 임종룡 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7일 증권가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우리금융의 CET1(보통주자본) 비율이 상반기 대비 10bp 이상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동양생명의 순자산 감소로 인한 염가매수차익 축소 영향으로 풀이된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2분기 우리금융은 12.76%의 CET1 비율을 달성해 연말 목표(12.5% 이상)를 조기 달성했다. 우리금융은 이를 통해 총 주주환원율을 내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양사 합산 순자산 대비 저렴한 가격(1조5500억원)에 인수하며 염가매수차익을 기대했다. 다만 인수계약 체결 당시 동양생명의 순자산은 2조2000억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 기준 1조5000억원으로 자산이 7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염가매수차익이 예상보다 감소해 우리금융의 연말 CET1 비율은 현시점보다 소폭 하락한 12.66%로 전망된다.
◆임종룡표 '보험사 시너지' 전략 차질…하반기 밸류업 좌초 '우려'
하반기 자본 비율 전망치는 여전히 우리금융의 목표치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시장에서는 동양생명의 지속적인 건전성 지표 악화에 따라 CET1 하방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동양생명의 올해 1분기 기준 지급여력(킥스) 비율은 127.2%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에 못 미친다. 재작년 말 193.4%에서 올해 1분기까지 꾸준히 자본 비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 인수 효과에 기대를 건 임종룡 회장은 난감한 상황이다.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자회사 자본 관리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만약 자본 확충 압박에 유상증자를 시행한다면, 그간 성공적으로 진행해 온 '밸류업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동양생명에 대한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상태에서는 보험사에 대한 추가 증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보험사 자체적으로 자본력을 개선하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둔 내실 경영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상증자 NO"…우리금융, 동양생명 체질 개선 '골머리'
하지만 동양생명의 영업체력을 고려하면 자력 회생은 어려워 보인다. 동양생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 쪼그라들었다. 1분기 순익 감소는 보험손익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8%, 43.6%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기본자본 규제가 도입된다면 유상증자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동양생명은 오는 9월 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상환을 앞두고 있다. 콜옵션이 행사되면 동양생명의 기본자본은 올해 1분기 기준 1조5290억원에서 1조2000억원 가량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정부의 규제 수준으로 예상되는 50%를 하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규제가 현실화되면, 어려운 보험업계 영업 환경을 고려했을 때 기본자본 확충 요구를 받는 동양생명에게 유상증자 외 선택지가 많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우리금융 인수 보험사들의 PPA(인수가격배분) 절차가 끝나야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회사 재무역량 제고 방안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