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銀, 조선·해운 여신 두 달 새 370억 늘려…동남투자은행에 선제 대응

조선·해운 여신, 2분기 증가 전환…전년 급감과 대조 해운 커버리지율 860%…충당금 '정책 리스크' 대비 7월 '해양금융부' 신설…조직 차원 전략 대응 공식화

2025-08-07     정희진 기자
3년 동안 1분기와 2분기의 조선 및 해운 여신잔액 비교. (자료제공=부산은행)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부산은행이 2분기 들어 조선·해운업 여신을 약 370억원 확대하며, 정책 변화와 산업 회복 흐름에 선제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자산 운용 흐름은 지난달 '해양금융부' 신설과 연결되며, 지역 산업금융을 전담하겠다는 전략적 방향성이 점차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7일 BNK금융지주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부산은행의 조선업 여신은 1조5150억원, 해운업 여신은 3660억원으로, 각각 직전 분기 대비 1.6%, 3.7% 늘었다. 두 달 새 370억원 규모의 여신이 늘었다.

2023~2025년 3개년 자료를 비교해보면 조선업 여신의 1분기 대비 2분기 증감률은 2023년(3.1%)과 2024년(55.7%)에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에는 증가 전환됐다. 해운업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는 특히 충당금 설정 기조가 눈에 띈다. 상반기 기준 해운업 고정이하여신이 0원이었음에도 해운업 부문에 30억원의 충당금이 설정되며, NPL 커버리지비율은 863.9%로 전체 여신 가운데 가장 높았다. 조선업 역시 365.7%의 커버리지비율을 기록해 제조업 여신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NPL커버리지비율은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을 나타내며, 100%를 넘으면 부실 예상 자산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았다는 의미다.

올해 2분기 부산은행 주요 업종별 여신 중 조선과 해운 현황. (자료제공=부산은행)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적 정책 논의와 시점상 일정 부분 교차한다. 

같은 분기인 5~6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등록(5월 10일)하고 당선(6월 3일)되면서 '동남투자은행' 설립 공약이 부울경 지역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다. 

RG 발급 역시 상징성이 컸다. 부산은행은 지난 7월 1일, 국내 중형조선사인 HJ중공업에 미화 1억6400만달러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공했다. 이는 정책금융기관의 참여 없이 민간은행이 단독으로 중형조선사에 RG를 제공한 첫 사례다.

RG 대상 선박은 HJ중공업이 수주한 8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으로,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를 반영한 계약이었다. 

당시 부산은행 측은 해당 계약에 대해 "해당 조선사의 재무 상황보다는 선박의 사업성과 경쟁력에 기반한 심사를 진행해 보증을 결정했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으로서 지역 소재 중형조선사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 방성빈 부산은행장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은행)

이 흐름은 7월 22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부산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해양금융부'와 '지역경제희망센터' 신설을 포함한 조직 개편 계획을 밝혔다. 해양·물류·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공식화했다.

당시 방성빈 부산은행장은 "금융환경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시점에서, 일시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25년 하반기는 부산은행만의 본원적 경쟁력을 기반으로 질적 성장을 이루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부산지역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서 부산은행이 지역 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해운 여신 확대, 충당금 설정, RG 발급, 조직 개편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은, 부산은행이 정책 변화 가능성과 시장 환경 변화에 모두 대비하고자 했던 전략적 대응으로 읽힌다.

특히 동남투자은행 설립이 현실화될 경우, 부산은행이 강점을 가진 조선·해운 금융 영역에서 간접적인 역할 조정이나 수요 분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 확장이 아닌 영역 선점을 위한 사전적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