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순풍…올해 韓 수출 '1위 실적' 가능할까

7월까지 수출 0.8%↑…관세협상으로 하반기 불확실성 완화

2025-08-09     허운연 기자
부산항에서 수출 컨테이너들이 적재된 모습. (사진제공=부산항만공사)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반도체 호조 덕에 하반기 첫 달인 7월에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도 걷힌 만큼 올해 연간 수출이 역대 최대였던 작년(6836억달러) 실적을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은 608억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5.9% 증가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상회했다. 일평균수출액도 5.9% 늘었다.

올해 7월까지 수출액은 3955억달러로 1월(-10.1%)과 5월(-1.3%)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0.8%(32억달러) 증가한 상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에도 6월과 7월 두 달 연속 월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말 관세 협상이 타결된 만큼 하반기에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 연간 역대 1위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7월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15대 주력 품목 가운데 3개 품목만 증가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 선박(107.6%)이었던 만큼 반도체(31.6%)가 홀로 버텼다는 평가도 나오나, 15대 품목 외에서 7.6% 늘며 수출 증가에 기여했다.

15대 외 품목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42억달러를 기록했다. 농수산식품(10억8000만달러), 화장품(9억8000만달러), 전기기기(15억6000만달러) 수출은 7월 중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월부터 6개월 연속 월별 1위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반도체 생산 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특히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올해도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47억1000만달러로 7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6월 수출액은 150억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였다.

이처럼 올해 반도체는 2월(96억달러)을 제외한 모든 달에서 100억달러 이상 수출액을 기록 중이다. 7월까지 880억달러를 수출하면서 전체 수출에서의 비중은 22.3%에 달한다. 남은 5개월간 평균 108억달러 이상 수출하면 역대 1위인 작년 반도체 수출액(1419억2000만달러)를 뛰어넘을 수 있다.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든든한 수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한해 반도체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공장을 건설 중인 만큼 면제가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테일러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의 합의로 반도체·의약품 분야에서 최혜국대우(MFN)를 약속받아 다른 국가와 동등하거나 유리한 대우를 보장받았다.

한편 대미 협상을 통해 15% 관세가 확정되면서 수출환경의 불확실성이 완화된 만큼 하반기 수출 둔화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완화는 수출에 우호적인 변화로, 유예가 연장된 것이 아니라 협상이 타결돼 관세가 낮아졌기 때문에 미뤄뒀던 투자 등에 대한 결정이 수월해질 전망"이라며 "하반기 수출이 반도체, 기계, 석유·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3% 내외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부터 미국의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면서 전반적인 관세율 수준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미국의 2분기 데이터에서 경기 모멘텀 둔화를 확인했기 때문에 하반기 미국의 수입 수요는 한층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다만 "인공지능(AI)은 공급의 문제는 몰라도 수요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차량 관세도 어찌됐든 15%로 낮아진 만큼 하반기 수출이 큰 폭으로 둔화될 위험은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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