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에 업종별 희비 교차…반도체 '기대감', 스마트폰·부품 '우려'

2025-08-11     채윤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출처=백악관·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미국 정부가 빠르면 이번 주에 반도체 관세를 발표하고, 스마트폰·PC 등 세트 제품의 '반도체 파생상품' 포함 여부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 상무부 장관의 현지 공장 건설을 약속한 곳은 예외로 한다는 발언에 안도감을 보이고 있지만, 스마트폰·PC·부품업계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와 반도체가 부과 대상"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다음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 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행하는 기업은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예외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하고, 상무부에 신고한 뒤, 건설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받는 기업에는 관세 없이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인 만큼, 관세 면제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400억달러(약 60조원)를 투자해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제2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잇에 38억7000만달러(약 6조3700억원)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2028년 양산 돌입이 목표다. 

이와 관련,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우리나라가 100% 관세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하면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관세에 있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며 "반도체 관세는 15%가 미니멈이 될 것이다. 15%가 최혜국 세율로 정해진다면 우리나라도 15%를 부과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이 100%가 되든 200%가 되든 우리나라는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이미지. (사진제공=SK하이닉스)

이종환 상명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업체에 관세가 면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메모리·파운드리는 미국 투자를 하기로 약속이 돼 있어서, 이번 관세 협상에서 상당히 많은 이득을 챙기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파운드리 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관세 없이 이들 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게 돼 큰 이득을 얻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반도체 기업에 비해 관세를 상당히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회에 미국 생산라인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는 관세 부과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목적은 최신 반도체 제조 공정을 본토에 끌어들여 반도체 패권국이 되는 것이다. K-반도체들은 유리해진 관세를 기회로 미국 빅테크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더 도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K-반도체 기업에 관세를 최저 세율로 부과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를 이유로 미국이 국내 반도체 업계들에 추가 투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론이 미국 회사인 만큼 마이크론을 적극 밀어주면서, 다른 회사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표지석. (사진=박성민 기자)

반면 스마트폰 업종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로 인해 반도체에 대한 미국 관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반도체보다 스마트폰 등 IT 전자기기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이슈가 더 우려스럽다. 스마트폰·PC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애플과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트럼프 정부의 애플 살리기 행보는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반도체 품목별 관세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IT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주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의 관세 면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이 방안이 확정된다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당한 열세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거의 매년 삼성전자가 차지해 온 글로벌 출하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넘겨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미국에 1000억달러를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애플 제품에 관세 예외 적용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1기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중국에 공장을 둔 애플 제품에 대해 관세 예외를 적용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관세 부과에 대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스마트폰 관세부과에 대해서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애플의 관세가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겠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PC 등에 관세가 적용된다면 제품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세트업체들이 관세 부담 일부를 부품사들에 전가, 부품 업체들이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트 가격이 오르면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다양한 부품업체에 가격 인하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며 "이를 어떻게 협의하고 대비할지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부품 업체들은 해외 관세 부과 방침에 따라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미국 정부가 멕시코에 3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유보한 바 있다. 멕시코는 90일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25%의 관세를 적용되고 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은 관세 부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파생상품에 대해 악영향을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관세 면제가 반도체에만 해당되는지, 파생상품까지 포함되는지는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파생 제품 중 반도체를 적용한 기업들은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다른 파생상품처럼 함량을 따져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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