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광복절 사면, 은행권에 보내는 잘못된 시그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광복절 특사 명단에 금융권 인사가 포함됐다. 경제인 16명 중 유일하게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현 iM뱅크)이 사면·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경제발전 공로가 있는 경제인에게 경제살리기 동참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금융권 내부에선 이번 결정이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전 행장은 2014년 취임 이후 직원 채용비리와 2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2018년 구속됐다.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됐으며, 별도로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을 메워준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채용비리는 당시 금융권 전반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년 일자리 빼앗기'라는 사회적 공분 속에 은행권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된 은행장과 임원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비자금 조성 혐의는 대구은행 경영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박 전 행장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불법 자금을 만들었다.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 사건은 전임 은행장 3명이 줄줄이 법정에 선 대표적 내부통제 실패 사례다. 하춘수 전 행장, 이화언 전 행장 모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정에는 박 전 행장을 포함한 세 명의 전·현직 행장이 동시에 피고인석에 앉았고, 재판부는 내부통제 부실을 직격했다.
이번 사면으로 박 전 행장이 복권되면 금융기관 임원 결격 사유가 사라진다. 법적으로 금융사 경영 복귀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적격성 심사에서 과거 전력을 반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금융사나 비상장 금융회사 복귀 가능성은 충분하다. 과거에도 횡령·배임 전과자가 복권 이후 사모펀드나 중소형 금융사 경영에 복귀한 사례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경제살리기'보다는 '지역 인맥 챙기기'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권 특유의 지역 기반·관행 구조 속에서 잘못된 선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행장의 후임인 김태오 전 DGB금융 회장도 캄보디아 상업은행 인가 과정에서의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무죄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으며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현직 최고경영진이 잇따라 형사 재판을 받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금융권에서도 드물다. 그만큼 지역 기반인 iM뱅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사면은 단순히 한 인사의 복권 문제가 아니다.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지역금융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정부의 사면 기준까지 맞물려 '잘못된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이 금융권 신뢰 회복이라는 더 큰 과제를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