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5000] LG전자, 창사 첫 자사주 소각…하반기 'B2B' 승부수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코스피 5000'은 단순한 희망사항을 넘어, 현실 가능한 목표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웍스는 코스피 5000의 기대감을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면서 주주친화정책으로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는 기업들을 선별해 집중 조명한다.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LG전자가 창사 이래 처음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며 주주친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6.6% 감소하고, 미국발 관세 후폭풍 속에서도 주주들을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76만1427주를 지난달 말 전량 소각했다. 이는 전체 발행 보통주 주식 수의 0.5% 수준으로, 소각 금액은 약 602억원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주 환원 확대 기조를 반영, 중간배당 정책도 최근 발표했다. 회사는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500원을 지급하며, 배당 기준일은 이달 8일, 지급일은 22일이다. 총배당액은 900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배당 성향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또 주당 1000원 최소 기본 배당을 보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간배당은 주주들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도 기대된다. LG전자의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으로 약 2조원의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배당 재원이 될 수 있는 연결기준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은 "관계사인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 기대감으로 주당순이익(ESP) 역시 2024년 2245원에서 2026년 9662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배당 가능 재원 증가를 의미한다"며 "지난달 말 602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해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는 올해 하반기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대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해 난제를 헤쳐 나갈 방침이다.
첨병은 생활가전인 HS 사업본부와 전장인 VS 사업본부, 냉난방공조(HVAC)를 담당하는 ES 사업본부다. 이들 사업본부는 2분기 미국 정부가 10% 기본 상호 관세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해 부담이 가중되고,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악재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이들 사업본부는 나란히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전장 사업은 전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지난 2분기 LG전자는 B2B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전장·냉난방공조·부품 솔루션·스마트팩토리 등 B2B 매출이 6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 증가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수주액은 두 배 이상 늘었으며, 가전 구독 사업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 늘어난 63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른 더위로 1분기부터 국내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가정용 에어컨(RAC)은 2분기에도 양호한 판매 흐름을 이어갔다. 유럽·인도 등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높지 않은 지역에서 중장기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산업용 공조 수요 증가로 HVAC 고효율 제품 요구가 지속돼 해외 성장세 지속이 예상된다. 칠러 등 냉각 솔루션 수주 금액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 추세"라고 분석했다.
LG전자는 관세에 따른 생산 전략 변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탁기는 9월부터 멕시코 멕시칼리 지역에서 생산지를 추가 운영하게 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건조기 생산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관세 대응을 위해 생산지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멕시코 생산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분기 관세 및 수요 부진에 따른 부담이 지속될 것이며, 상호 관세 부과 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저평가 국면 속 재평가 기회가 확대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관세가 15%로 확정되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고, 운임 하락, VS 수익성 개선, ES 데이터센터 수주 확대 등은 주가 반등 촉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웹OS 성장 지속, HVAC B2B 고도화, LG디스플레이 실적 회복, 인도법인 IPO 추진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