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한국거래소도 '반나절 거래' 가시화

ATS점유율 '상한선 초과' 임박에 거래시간 연장 증권사 의견 수렴 '연장 반대' 증권노조 "금융위와 협의"…"사전 논의·모의 운영 필요"

2025-08-12     박성민 기자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을 '반나절'로 늘리는 방안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올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무서운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자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을 '반나절'로 늘리는 방안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거래시간을 연장한다면 정규장 개장을 한 시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과 거래시간 연장은 절대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 등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거래소, 정규장 개장 '오전 8시' 변경안 포함 증권사 의견 청취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8일부터 국내 대부분 증권사를 대상으로 거래 시간 연장에 대한 대표이사 직인의 공식 입장을 회신받았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28일 일부 대형 증권사를 상대로 거래시간 연장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이튿날인 29일에는 각 회원사에 설문조사를 위한 공문을 발송, 이달 8일 설문 조사를 끝냈다. 

거래시간 연장을 묻는 설문지에는 크게 세 가지 안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거래소의 거래 시간을 정규장 개장 시각을 현행 오전 9시에서 8시로 1시간 앞당기는 안 ▲오전 8시부터 30분간 프리마켓 연 뒤 정규장 개장 전까지 시가 단일가 거래를 하는 안 ▲8시부터 30분간 프리마켓 운영 후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고 삭제하는 안 등이 포함됐다. 

세 가지 안은 모두 정규장 이후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와 거래시간을 동일하게 맞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난 3월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ATS 거래량 자본시장법상 '15%룰' 초과 임박…점유율 흡수 추진

국내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안이 비교적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건 넥스트레이드의 존재감 때문이다. 지난 3월 처음 문을 연 국내 첫 ATS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은 지난달 말 기준 한국거래소의 20%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NXT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은 대부분 유동성이 풍부하고 거래회전율이 높은 종목들로 구성돼 거래대금이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ATS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6월 이후 현행 자본시장법상 허용된 KRX 거래량의 15% 상한을 초과하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에는 점유율 기준이 '6개월 평균'으로 명시돼 있어 다음 달인 9월부터 해당 규제를 적용받는다. NXT에서 거래되는 다수의 종목이 현행 규제상 거래가 제한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거래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증시 활황으로 전체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ATS의 점유율을 일부 흡수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사진=박성민 기자)

◆거래시간 연장안 업계 의견 다양…"정규장 개장 8시 가장 적절"

업계에서는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형 증권사 종사자는 "거래시간 연장이 유의미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뤄진다면 첫 번째(정규장 거래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안이 가장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 기준에서 한 시간을 앞당기는 편이 애프터마켓은 어쩔 수 없더라도 프리마켓 도입보다 리스크 관리에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도입 시기를 당겨야 한다면 정규장 거래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것이 전산 개발에 있어 가장 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순히 미국 나스닥이 24시간 거래를 한다고 해서 글로벌 흐름에 따라가자고 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충분한 사전 시스템 점검과 논의, 모의 운영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 '한국거래소의 미래가 운명을 다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의 근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증권노조 "거래시간 연장, 과도한 노동 강요"…"제도 재검토·개선 노력 필요"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 자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날 오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금융위원회 앞에서 증권 거래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노조는 금융위가 자신들의 실책을 덮기 위해 증권 거래시장연장을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조치가 국민들을 하루 12시간 주식 시세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퇴행적인 행보라고 비판했다. 

사금노 증권업종본부 관계자는 기자회견 취소 사유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과정이고, 조만간 거래소 설문조사 결과 등을 보고 받으면 조금 더 내용이 구체화 되는데, 그 전에 증권노조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하겠다는 금융위의 약속이 있어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증권노조는 지난달 30일에도 성명을 내고 "증권사 직원과 상장 기업 공시 담당자 등 자본시장 종사 노동자들에게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8월 정부는 기존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이던 증권·파생상품시장의 매매거래시간을 뒤로 30분간 더 늘려 현재의 운영시간이 정착됐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년 만에 국내 시장에 등장한 다자간매매체결회사가 자본시장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합리적 재검토와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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