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5000] 넥센타이어, 2030년 매출 '4조 클럽'…핵심 키는 '유럽'

美 관세 대응 10% 가격 인상…감소분은 유럽 판매 확대로 상쇄 현지생산 거점 부재·지배구조 한계 속 주주환원 개선 노력 보여

2025-08-22     정현준 기자
넥센타이어 마곡 중앙연구소 더넥센유니버시티. (사진제공=넥센타이어)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코스피 5000'은 단순한 희망사항을 넘어, 현실 가능한 목표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웍스는 코스피 5000의 기대감을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면서 주주친화정책으로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는 기업들을 선별해 집중 조명한다.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넥센타이어는 1942년 설립된 국내 대표 타이어 전문 회사다. 경남 양산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서울 강서구 마곡에 중앙연구소인 '더넥센유니버시티'를 운영하고 있다. 사명은 '넥스트 센츄리 타이어(Next Century Tire)'의 약어로, '다음 세대를 위한 타이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승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경트럭용 타이어를 생산·판매하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2019년 '10억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 세계 법인과 지점을 합쳐 약 7000명의 임직원이 품질 관리와 기술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2012년 처음으로 해외 완성차 제조사에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하며 글로벌 OE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6년 포르쉐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함해 현대차·기아와 폭스바겐 등 총 28개 완성차 업체의 118개 차종에 OE 타이어를 공급 중이다.

글로벌 생산 거점은 한국(양산·창녕), 중국(칭다오), 유럽(체코 자테츠) 등이며, 각 공장은 시장 수요 대응과 전략적 생산 체계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중 창녕 공장은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레이저 유도차(LGV), 전동 모노레일 시스템(EMS) 등을 활용해 원자재와 반제품의 이동을 자동화했다. 가장 최근에 건설된 자테츠 공장은 ICT 기술을 접목해 실시간 통합 관제가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로 운영 중이다.

넥센타이어의 타이어 렌탈 서비스 '넥스트레벨'이 '2025 국가서비스대상' 타이어 종합 서비스 부문에서 6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사진제공=넥센타이어)

올해 상반기 넥센타이어의 영업이익은 833억원으로, 전년 동기(1044억원) 대비 20.2%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591억원으로 30.8% 줄었다.

주가는 올해 초 5960원에서 출발해 미국 관세 발표 이후인 4월에는 4960원까지 떨어지며 16.8% 하락했다. 그러나 5월 말 경쟁사인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반사이익 기대감에 6700원대로 급등하며 36.1% 상승했다. 이후 조정을 거쳐 21일 5860원에 마감, 다시 5000원대로 물러섰다. 이는 미국 내 생산 거점 부재로 인한 관세 비용 부담과 북미 신공장 건설 등 향후 투자 계획의 불확실성이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 상승의 걸림돌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5조원 미만 상위 30대 중견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8.3%였다. 그러나 넥센그룹은 전체 매출 2조7226억원 중 1조4178억원이 계열사 간 거래에서 발생하면서 52.1%를 기록, 국내 중견그룹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한계가 지적된다. 넥센그룹은 강병중 회장의 장남 강호찬 부회장이 지주사 넥센 지분 50.51%를 보유하는 가족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다만 자산 총액이 5조원 미만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으며, 사익편취 규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넥센타이어가 주주환원 측면에서 의미 있는 노력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26년 연속 현금배당을 이어갔다.

지난 3월 확정된 보통주 기준 배당금은 주당 130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최근 2년 연속 배당액을 확대하며 주주환원 기조를 강화했고, 올해부터는 주주가치 제고와 접근성 향상을 위해 주주총회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아울러 배당 기준일을 주주총회 이후로 변경해 투자자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 4월 4일이었다.

전자투표제 도입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시간·장소 제약을 줄이고, 주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장점이 있다. 넥센타이어는 이를 통해 주주 의결권 행사 환경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정관 개정을 통해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 기준일 설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 올해부터 이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매 결산기말뿐 아니라 이사회 결의일을 기준일로 정할 수 있어 배당 예측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매년 꾸준한 현금배당을 이어온 행보와 맞물려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2조847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115원에서 130원으로 상향했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3월 넥센타이어는 정수미 연세대 경영대 부교수를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한국회계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며 회계·재무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 건전성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넥센타이어의 체코 공장. (사진제공=넥센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회사는 치열해진 글로벌 타이어 시장에서 성장 동력으로 체코 공장 증산과 공급망 확대를 낙점했다.

다만,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3분기부터는 전 기간에 걸쳐 관세 영향을 받게 된다. 완성차 판매가 줄면 신차용 타이어(OE) 매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넥센타이어는 미국 내 판매 가격을 10% 인상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가격 인상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는 유럽 시장 확대를 통해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체코 2공장 가동률을 현재 70%에서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관세 부담 속에서도 유럽 시장 매출 확대가 수익성 방어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10% 수준의 가격 인상 효과는 3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전망이고, 연간 약 500억원 규모의 관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지난해 4분기 후 고무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원재료 투입 원가가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여름휴가 이후 가동률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4분기 수익성의 열쇠"라고 분석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북미 시장의 전략적 중요도를 고려하면, 관세 부담 경감을 위해 유럽·중동·아태 지역으로 물량을 재배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올해 말까지 램프업(증가) 중인 유럽 2공장의 가동률 향상과 유럽 판매 물량 극대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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