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증시 '사상 최고' 찍는데…코스피, 정책 불확실성에 '발목'
日 '닛케이 지수' 4만4000선 돌파 임박…중국·대만도 최고치 양도소득세·상법 개정·노란봉투법 변수…국내 증시만 '찬바람'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한국 증시만 정책 불확실성의 그림자에 묶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1분 기준 닛케이 지수는 전일 대비 134.09포인트(0.31%) 오른 4만3848.40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전날 4만3714로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닛케이 지수는 이날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4만4000선에 근접했다.
전날 중국 대표 주가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도 전장 대비 0.85% 오른 3728.0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5년 8월 7일(3744.20)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대만 자취안 지수 역시 전날 2만4482.52에 장을 마치며 강세를 보였다. 장중에는 2만4515.65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찬바람이 불었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50%, 2.11% 급락 마감했다. 8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10%, 0.89% 하락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주요 국가 중 한국의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34.4%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나, 8월만 놓고 보면 오히려 0.6%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홍콩(26.0%) ▲일본(11.6%) ▲중국(10.3%) ▲미국(10.0%) ▲대만(5.6%) 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탄 것과 비교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국내 주식시장 부진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대내적 변수인 '정책 불확실성'이 꼽힌다.
우선 지난달 31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앞서 정부는 기존 50억원이던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정부는 배당 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 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최근 3년 평균 대비 현금 배당이 5% 이상 증가한 기업에 한해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세제 개편이 당초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내건 신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에 따라 이번 세제 개편이 주식시장 장기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정치권에서도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명확히 정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투자자들의 입장을 반영해 대주주 기준을 기존과 같은 '종목당 50억원 보유'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으나, 대통령실은 원안 유지를 시사하며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21일 열릴 8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 2차 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 선출 감사위원 2명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이날 국회는 노동조합원 권익 및 활동 폭 확대가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역시 여당 주도로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계의 반발은 거세다.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제계의 수정안을 수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극도의 혼란과 함께 정상적인 사업 영위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용자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은 반드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증권가에서는 양도소득세 기준과 더불어 두 법안의 통과 여부가 국내 증시 반등의 열쇠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이 오는 21일 차관회의 및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넘어가는 만큼 관련 논의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며 "향후 2차 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기준의 경우 정치권에서 빠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주식시장 내 혼란이 점차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여당 주도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역시 재계 의견을 얼마나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NH투자증권 글로벌전략팀은 "신정부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지만 '코스피 5000특위' 등의 기본 기조를 고려할 때, 정책에 대한 노이즈는 8~9월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증시는 향후 정기국회를 거치며 정책 방향성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