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참 "노란봉투법, 한국에 부정적 영향"…與 "수정없이 절차대로 처리"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제임스 김 암참 회장 면담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가 19일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따른 경제계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외국계 기업 단체가 여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표한 것이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가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한미 기술 동맹을 심화할 기회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치·규제 환경이 필요하다"며 "국회가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과 우려를 충분히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암참은 800여 개 회원사를 두고 있으며, 최근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주 고용노동부와도 같은 우려를 공유했고, 노동 정책 논의를 위해 암참·노동부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원내대표님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참은 특히 노란봉투법이 외국계 기업 투자 환경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법안은 기업의 파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해 하청 노동자도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는 "노사관계 부담이 커져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6단체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회의 의결이 불가피하다면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늦춰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70년 한미동맹은 이제 경제·안보·기술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기업이 원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정책과 투명한 규제이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일은 정부와 민주당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기업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며 "한미 정상회담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회와 암참이 더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노란봉투법 처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암참이 법안 처리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민주당은 이번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통과 이후 기업 환경에 불안이 크지 않다는 메시지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정은 없다. 지금 올라간 대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암참의 이날 면담은 민주당이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상정·처리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외국계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가 국회 여당 지도부에 직접 의견을 전달하면서, 법안 처리 이후 정치권과 경제계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