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15%룰' 제한 사태…ATS 거래정지에 금융위 '사면초가'
출범 반년 만에 덩치 불린 넥스트레이드…내일부터 26개 종목 거래 정지 프리·애프터마켓 중단에 투자자 '불편'…거래시간 연장안 노사 갈등 '불씨'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반년 만에 자본시장법상 '15%룰'에 발목이 잡히며 대규모 거래정지 사태를 맞았다.
금융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한국거래소 거래시간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나, 증권업계의 반발이 거세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최근 일평균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법적 상한선인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15%'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발생했다. 해당 규제 기준은 6개월 평균이다. 넥스트레이드 출범일이 지난 3월 4일인 만큼 다음 달부터는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되는 셈이다.
결국 NXT는 극약처방으로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되는 79개 종목의 매매를 한 달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내일(20일)부터 9월 30일까지 NXT에서는 YG플러스,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26개 종목을 거래할 수 없다. 9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거래가 정지되는 종목에도 CJ CGV, 대신증권, LS마린솔루션 등 투자자들의 거래가 잦은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
자본시장법은 ATS가 거래소 시장을 보완하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도록 '15%룰'을 규정해왔다. 그러나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불과 6개월 만에 제도적 한계와 충돌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인해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성이 크게 훼손됐단 점이다. 특히 출퇴근길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 활발히 거래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두 거래소 간 최선집행주문(SOR) 시스템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에 피부로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체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했던 79개 종목은 당분간 무조건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뤄지게 된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일시적 '땜빵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NXT는 9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해당 종목들의 거래를 제한해 '15%룰'을 넘지않겠단 입장이지만, 거래량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초에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ATS에서 800개에 가까운 종목을 너무 이른 시일 내에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 문제였단 시각도 존재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앞서 "종목을 줄이더라도 안전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위는 대체거래소 과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거래소 정규장 거래시간 연장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 거래시간을 NXT와 동일한 반나절로 늘리면, 한국거래소로 프리·애프터마켓 수요가 분산돼 ATS의 점유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증권업계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거래시간이 길어질 경우 증권사 직원들의 근무 시간이 늘어나며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크다.
사무금융노조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내정 직후 성명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무분별하게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은 증권사와 관련 업종 노동자의 노동시간 연장, 과로,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본시장 성장과 노동자 권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합리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취임 직후 ATS 급성장에 따른 제도적 한계, 투자자 불만, 증권업계 노동자 반발이라는 이른바 '삼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번 사안에 대해 대응이 미숙할 경우, 새로 출범한 대체거래소의 신뢰도뿐 아니라 신정부 출범 이후 탄력을 받던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아직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상태라 방향을 가늠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이번 거래정지 사태는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과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 금융당국이 조속히 제도 개선이나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