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골병 드는 소방관, 국민 안전도 '흔들'
소방공무원은 화재 진압뿐만 아니라 구조, 구급, 자연재해 대응 등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은 긴급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즉시 대응해야 하며 고온, 유독가스, 폭발 위험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임무를 완수해야 하므로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매우 크다.
화재 현장, 붕괴 구조 및 장시간 환자 이송과 응급처치 등 모든 업무는 높은 근력과 근지구력을 요구한다. 특히 방화복, 공기호흡기, 절단기 등 수십 kg에 달하는 장비의 착용과 운반은 척추와 관절에 부담이 크고 부상의 위험도 높다.
최근 제주소방안전본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속 소방공무원의 약 61.4%가 근골격계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부위는 허리(44.4%)가 가장 많았고, 이어 어깨(29.6%), 무릎·다리(28.4%) 순으로 높았다. 특히 이 중 7.5%는 통증이 한 달에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근골격계 문제는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 재난 현장에서의 기민한 판단력과 대응력, 지속적인 집중력까지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체력 한계 부담도 높은 수준이다. 소방공무원의 체력관리 실태를 분석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11.6%는 현장 활동 중 ‘자주’ 체력 한계를 느끼며, 61.6%는 ‘가끔’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주요 증상으로는 근력 저하(22.8%)와 심한 호흡곤란(26%)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체력 한계로 인한 피로 누적은 판단력 저하와 반응 속도 감소,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현장 대응 능력 약화와 안전사고 위험 증가를 초래한다.
국내 소방공무원의 체력 관리는 개인의 자율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기적인 체력검정이 시행되고 있으나, 근골격계 손상 예방이나 체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한 과학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은 미흡한 실정이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소방공무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Fit for Fire’ 프로그램을 통해 소방관의 체력과 정신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운동 처방과 스포츠지도사 양성, 교육 자료 제공, 지속적인 체력 강화 훈련 등을 포함하며, 각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맞게 맞춤형으로 운영된다.
또한 프랑크푸르트 소방센터(FRTC Frankfurt)는 자체 스포츠센터를 갖추고 모든 소방대원이 독일올림픽스포츠연맹(DOSB) 공인 스포츠지도사의 지도를 받는다. 심폐지구력과 근력 강화 훈련, 재활 프로그램, 팀 스포츠 활동을 정규 근무의 일부로 편성해 체계적인 체력관리가 제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 전담 체력관리팀을 만들고 지역별로 체력센터를 설치해 과학적 근거 기반의 맞춤형 운동과 재활 및 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소방공무원의 건강과 체력은 현장에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자,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박성률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