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지원금, 美와 20%p 격차…보조금 직접 지원 절실"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2025-08-22     채윤정 기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가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반도체 기업 지원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반도체 지원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미국은 10%를 직접 지원하고, 세액공제를 통해 35% 혜택을 추가로 지급해, 지원 규모가 45%에 달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액공제 25%만 있습니다. 그 차이인 20%포인트 만큼 경쟁에서 불리한 것이죠."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정부의 반도체 기업 지원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지원금을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결국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일본·유럽과 어려운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TSMC 공장을 유치할 때 투자금의 40%에 해당하는 5조원을 현금으로 지원했다. 미국은 390억달러 현금성 보조금을 자국 기업에 지원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국가 전략 기술 투자 세액 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직접 환금제(다이렉트 페이)'를 도입, 국내 첨단산업 지원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 중이다. 현재 ‘다이렉트 페이’ 도입을 위한 ‘조특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뉴스웍스는 안 전무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현 상황과 함께, 난국 타개를 위한 정부의 역할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안기현 전무가 최근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하반기 들어 반도체 시장에 핑크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부진했던 삼성전자의 부상 가능성은.

"반도체 시장은 나쁘지 않다. 성장세를 보인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10% 이상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 조속히 올라타야 한다. AI 반도체와 그렇지 않은 쪽의 차이가 큰 만큼, AI 반도체 그룹으로 들어가는 게 시급하다. AI 반도체에 HBM(고대역폭메모리)만 있는 게 아니다. CXL·PIM도 있고, 소캠도 있다. 시장이 열리면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대처할 능력이 있다. HBM은 못 했지만, 이들 분야는 이미 준비해 놓았다. AMD·브로드컴 등 다른 고객사도 있다.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 검사)가 안 됐다고 실망하기보다는, 퀄테스트 통과 때까지 이를 견디는 준비를 해야 한다.

엔비디아 역시 공급사 다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만큼, 삼성전자의 퀄테스트 통과가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올해 퀄테스트 통과를 기대하지만, 결과는 가봐야 알 것 같다."

-미 정부가 반도체 관세에서 한국 기업에 최혜국 대우를 해주기로 언급했다.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와 관련해 말을 자주 바꾼 만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의 반도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는데, 유럽에는 15%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최혜국 대우를 해주기로 해, 15% 이내에서 관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업은 관세 적용이 제외돼 관세가 0%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수출하는 곳은 관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 면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에도 적용된다. 결국 우리나라나 TSMC나 똑같은 선에서 다시 경쟁하는 것이다. 경쟁력을 얻기는 힘들다. 

또한 이는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미국 기업이 많이 구매하는 반도체는 관세를 제외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반도체 R&D 인력의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반도체 연구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52시간 초과근무 예외에 이견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R&D)은 그만큼 중요하다. 동일한 시설이라면 기술력이 뛰어나야 이익률이 더 높아진다. 이익률은 기술력과 비례한다. 그런 기술력은 투자와 함께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수준이 똑같아졌고, 중국은 아직 조금 떨어진다. 미국에서 반도체 연구는 한국 사람들이 주로 일하는데 연구개발 시간에 제약이 없다. 중국도 동일하게 한국 사람이 개발자로 있는데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은 걸어가고, 미국은 뛰어가고, 중국은 날아간다'는 말도 이 때문이다.

물론 52시간 예외를 적용하려면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20년 일할 것을 10년 일해 행복을 저축한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최근 테슬라와 애플의 계약을 따냈다. 열세 극복이 가능한가.

"2등도 의미가 있다. 글로벌로 보면 많은 파운드리 회사가 있다. 1위인 TSMC와 비교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2위 업체는 고객을 잡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에 맞춰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력은 더 중요하다.

기술로 경쟁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개발자들이 국가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술을 연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똑똑한 사람들이 능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D램과 낸드 시장의 전망은 어떤가.

"D램은 HBM으로 시장이 많이 넘어갔다. 이에 따라 일반 D램은 공급이 줄어, 가격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D램 가격 강세에도 AI 반도체 투자를 계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

낸드는 공급이 많다. 낸드는 이익률이 높지 않은 데다, 가격이 상승할 요인이 많지 않다. 서버에 들어가는 낸드의 교체 주기가 많이 남아있다면, 특히 이익률이 줄어들게 된다. 다만 낸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HBM 경쟁 심화를 우려하며 SK하이닉스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가 SK하이닉스 사례를 너무 극단적으로 봤다고 생각한다. 공급사가 분산되면 SK하이닉스의 이익률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 마이크론이 들어왔고, 삼성전자도 언젠가는 이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여전히 SK하이닉스의 12단 HBM3E를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가 협회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향후 활동 계획은.

"협회는 회원들의 공통된 의견을 받아 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행정부·국회·국민의 창구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공통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이를 수행한다. 인력 양성, 스타트업 지원, 펀드 운용 등 회원사를 위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반도체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 미취업자를 취업시키고 재직자들이 다른 업무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년 10월 22일에는 '반도체의 날' 행사도 개최한다. 이 행사는 유공자 포상, 회원사 간 교류를 위한 행사이다. 현재 회원사는 310여 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사의 발전과 대한민국 반도체 사업의 발전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업체들이 요구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사업에서 수혜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부족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야 하며, 새로운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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